상류층 주한 외국인, 마약 대량밀매-복용

  • 입력 1999년 5월 14일 06시 52분


명문대 영어강사와 무역업체 대표 등 한국에 거주하는 상류층 외국인들이 마약을 밀매하거나 투약해 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박영수·朴英洙부장검사)는 13일 대마초 해시시를 대량 밀반입한 뒤 유통시킨 외국인 마약사범 6명을 적발, 밀매 총책인 독일인 해롤더 피터(44·담배수입업체 대표)와 마약을 투약해온 서울 S대 영어학당 강사인 미국인 제리 리처드(36) 등 4명에 대해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E대 한국어학당 연수생 데이비드 리(23·한국계 캐나다인)와 S대 강사인 캐나다인 자믹스(37) 등 2명에 대해선 14일중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대마초 2.5㎏과 해시시 1백g을 압수했다.

그동안 동남아와 중동계 외국인이 마약사범으로 적발된 적은 많았으나 선진국 국적의 상류층 인사들이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해당국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검찰에 신병처리결과를 묻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밀매 총책 피터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태국을 10여차례 오가면서 한번에 대마초 4㎏과 해시시 1백∼2백g씩을 몰래 들여와 중간 밀매책인 캐나다인 브라이언(32·강사·구속)을 통해 리처드, 자믹스 등에게 팔아온 혐의다.

검찰은 피터가 대마초 40㎏, 해시시 2㎏ 가량을 들여와 7명의 중간상을 통해 유통시켜온 점으로 미뤄 최소한 50명 이상의 외국인이 마약을 공급받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대부분이 국내에 현지처를 두고 있는 점을 중시하고 내국인에게도 마약을 공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조사결과 피터는 합판을 넣어 특수제작한 여행용 트렁크에 비밀주머니를 만들어 비닐봉지로 포장한 마약을 숨겨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터는 또 마약밀수를 위해 형식적으로 담배수입업 등록을 해두고 태국 등지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외국인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피터의 자택이나 주변 술집 등에서 마약을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외국인 강사를 통해 일부 한국 학생들에게도 마약이 공급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거된 사람들은 대부분 변호사 집안의 명문가 자제이거나 외국의 명문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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