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창간기념회견 점검 대담/실업대책]한광옥-박인상씨

  • 입력 1998년 4월 1일 20시 0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일 동아일보 창간 78주년 특별회견을 통해 정계개편 경제회생 실업대책 등 최근의 현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야당의 협조가 없을 경우 정계개편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고 경제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안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아일보는 이들 현안을 각론적으로 살펴보는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첫번째 순서는 실업대책.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인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부총재와 박인상(朴仁相) 한국노총위원장이 대담했다.》

한광옥 노사정위원장〓박위원장과는 노사정위원회에서 2개월 이상 어려운 과정을 함께 겪으며 지난 2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 내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실업사태였고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업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과 함께 참여해 타협을 한 뒤 다시는 이런 합의(정리해고 법제화 등)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국가 전체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합의했지만 이후 벌어진 실업사태에 직면해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지요.

▼ 4∼6월 대량실업 우려 ▼

정부는 실업자가 1백30만명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자 통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하는 근로자도 통계에서 빠져요. 임시직 등 생계보장이 되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통계에 포함한다면 올해말 실업자 수는 3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규실업자와 기업의 흑자도산도 문제지요.

앞으로 4∼6월이 최대의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각 기업이 이 기간에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임을 내비치고 있어 지금까지 보다 더욱 심각한 대량 실업이 우려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들이 ‘왜 우리만 희생당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정치권 재계 등 사회 전체가 함께 희생하겠다는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동감입니다. 노동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재계 모두 노사정 대타협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이제는 기업 정부 정당이 적극적으로 고통분담을 해야 할 때지요. 실직에 따른 근로자의 고통을 서로 함께 짊어져 국민전체가 ‘우리의 실업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무원은 실업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봉급을 10∼20% 덜 받기로 했습니다. 정부기구 축소도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지요. 재벌도 적극적으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선 실업자 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불행입니다. 노사가 타협해 조금씩 양보하면 실업자 수를 예상보다 줄여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실업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을 위해 좀더 많은 기금이 마련돼야 합니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부가 마련한 실업대책이 전반적으로 안이해요. 각 부처가 업무협의도 없이 급하게 내놓은 미봉책이라는 느낌입니다.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갖춘 범정부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합니다. 실업자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등을 마련키 위해 판매중인 무기명 장기채권이 정부보증이 없어 팔려나가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동부와 재정경제부의 상호교감이 부족했던 결과가 아닌가요.

또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과 산업재해예방업무 등을 담당하는 지방노동관서의 인력과 시설이 너무 부족합니다. 공무원 한사람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어 그 불편함은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실직자가 3백만명에 달하면 그때는 국가존망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자금에 대해 금리를 인하하고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국가 전체 차원에서 이 위기에 대해 좀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중소기업이 육성되지 않으면 고용창출은 포기해야 합니다. 벤처기업이 고용창출의 효과를 내려면 2,3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급한 것은 기존 중소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요.

현재의 금리 수준으로 중소기업이 흑자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기업에는 일반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중소기업에는 낮은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부가 마련한 실업종합대책 시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급선무입니다. 채권발행이나 세계은행(IBRD)차관 고용보험기금 등을 통해 마련할 돈은 실업대책 자금으로는 부족해요. 이 재원을 계속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곳은 재벌의 개인 재산입니다.

▼ 정부 실업대책 안이 ▼

하지만 이런 재원을 통해 마련한 기금은 우선 고용창출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도 실업자가 생기면 그때 정부가 나서서 생계비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할 것 입니다.

지금은 정리해고를 시켜서라도 기업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시점입니다. 회사와 근로자가 끝까지 같이 가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IMF를 핑계로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부당한 정리해고 없이 노사가 함께 IMF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불법 정리해고를 한 기업에 대해서 사법당국은 법집행을 엄하게 해야 합니다.

한〓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대중대통령은 실업문제를 포함해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는 만큼 실업대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믿어야 합니다.

실업자 구제나 실업대책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 범국민적인 실업대책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박〓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범국민적인 실업대책기구를 만들어 온국민의 지혜를 모아 IMF터널을 뚫고 나아가야 합니다.

한〓박위원장의 지적대로 IMF위기에 편승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는 강력히 규제돼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실업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을때 아픔을 공유하는 기업인이 돼야 합니다. 정부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하게 대처하지 말고 원칙을 갖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정리〓양기대·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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