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 한달]신원확인-보상등 미해결문제 수두룩

  • 입력 1997년 9월 4일 16시 42분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가 괌 니미츠힐에 추락, 탑승자 2백28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한지 6일로 한달이 된다. 지금은 현장에 있던 희생자의 시신 및 기체잔해 수거작업이 끝났고 생존자들도 국내외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거나 이미 퇴원했다. 그러나 수습된 유해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이 끝나지 않은데다 시신의 일부도 찾지 못할 희생자도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어서 여전히 유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사망자 신원확인= 대한항공은 4일 현재 희생자 가운데 99구의 신원이 확인돼 유족들에게 넘겨졌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교민 희생자 등 현지에 남거나 화장된 유해를 뺀 84구가 국내로 운구돼 장례절차를 밟았으며 시신의 극히 일부나 현장의 흙으로 시신을 대신해 장례식을 치른 경우도 있다. 특히 여러 명의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현장의 흙을 한 개의 유골함에 담아와 합동장례식을 치렀는데 장례식 절차까지 끝난 희생자는 현재 91명에 이른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망자 시신의 신속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난달 29일 시신의 샘플 1백88점을 국내에 들여와 미국정부와 함께 이중으로 유전자(DNA)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과수는 이번 작업을 위해 자체 감식요원과 대검 감식요원, 서울의대 법의학교수, 대한항공 담당의사 등 모두 25명으로 「DNA감식 신원확인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샘플 자체의 훼손 상태가 아주 심한 것도 많아 희생자중 상당수는 시신의 일부라도 끝내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과수 崔尙圭생물학과장은 『이달말까지 샘플에 대한 유전자분석을 끝내고 미국측 결과와 종합한 뒤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비교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표정= 괌 현지에는 시신을 되찾아 함께 귀국하기 위해 아직 20여명의 유가족이 남아 있으나 지문감식 등을 통한 신원확인 작업이 끝나고 몇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유전자 감식방법만 남아있어 언제 시신을 찾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사고 직후 만사를 제쳐두고 헌신적으로 유가족 뒷바라지에 나섰던 현지 교민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생업에 복귀했으나 본국 등에서 오는 관광객이 평소의 20%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 상점 여행사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방송공사 88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10여명의 유족들만 남아 영정을 지키고 있으며 나머지는 생업을 위해 귀가, 일상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생존자 표정= 국내에서 치료중인 생존자 22명은 입원 초기 대부분 수면장애 불안 악몽 등의 사고 후유증에 시달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호전돼 부축을 받으며 간단한 산책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로 얼굴을 다쳐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宋允浩씨(28.서울 마포구 마포동)는 수술후 예전 모습을 되찾았으나 척추골절로 인해 앞으로 3개월동안 병상에 누워 지내야 한다. 그는 4일 오전 베트남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를 전한 조간신문을 보고 추락 당시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孫선녀씨(23.여)는 지금도 악몽과 수면장애 불안에 시달려 신경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고 있다. 삼성의료원에 입원했던 沈제니씨(29)와 沈안젤라양(6)모녀 또 金민석씨(30)는 지난달 29일 퇴원했고 국립의료원에 입원중인 6명도 대부분 목발을 짚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보상협의= 한편 장례절차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대한항공과 유족측은 본격적인 보상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희생자 유가족 대책본부는 보상문제나 위령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유가족 전원이 모인 가운데 사고 한달째인 6일 오후 4시 합동분향소에서 「대책본부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보상액과 직결된 사고원인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보상협의 또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이 보상조건에 합의하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유가족들은 개인적으로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고원인 조사= 이번 추락사고 원인을 밝혀줄 열쇠가 되는 블랙박스 해독작업은 건설교통부가 중심이 된 우리 정부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동시에 개별적으로 벌이고 있다. 양측은 이미 블랙박스를 구성하고 있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에 대한 판독을 끝냈으며 현재 비행기록장치(FDR)의 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사고조사반 등은 블랙박스 자료분석 및 현장 조사자료에 대한 정밀분석을 거쳐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2∼3차례 합동회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적인 조사 결과는 빨라야 내년 3월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는 곳곳에 후유증만 남겨놓은 채 한달째를 맞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