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진 않지만 느낄 순 있어요. 그날 그때 선생님의 고통을…』
올 2월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金賢雅(김현아·18·공주대 특수교육과 1년)양은 지난 95년 6월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자신의 맹학교 스승이자 선배인 귀중한 사람을 잃었다.
조용한 말소리에서도 늘 「밝음」이 느껴졌던 고 丁允敏(정윤민·사고 당시 29세)교사. 김양은 1학년 때 정교사에게서 안마와 침술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체지식인 「해부생리」를 배웠다.
정교사는 수업을 듣는 10여명 학생에게 일일이 다가가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가르쳤고 학생들은 그런 정교사를 언니 누나처럼 따랐다.
삼풍 붕괴사고 다음날 해질 무렵.
서울 맹학교엔 모두가 가슴을 죄며 기대하던 구조소식 대신 정교사의 죽음이 싸늘하게 전해졌다.
TV와 신문에선 「삼풍 참사로 세 딸을 잃은 丁廣鎭(정광진)변호사. 맏딸은 맹학교 교사」 등 정교사 가족의 참변 소식이 쏟아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 세상살이에 자신없어 하는 저희들에게 말씀하셨죠.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세요. 그럼 세상이 보일 거예요」. 선생님에게서 용기를 배운 우리들을 남기고 이렇게 떠나시면 어떡해요』
김양은 정변호사가 지난해 정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삼풍 보상금과 사재를 털어 설립한 삼윤장학재단의 첫 장학생이다.
김양은 28일 오후 하얀 국화 한다발을 안고 2주기 추도식장이 마련된 삼풍백화점 주차장을 찾았다.
『저는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면 돼요. 하늘나라에 계신 선생님은 아마 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