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방문한 북한의 한 고아원에서 지난 한해동안 2백70명의 어린이 가운데 60명이 죽었다.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발육이 멈췄으며 세살짜리 어린이가 걷지 못하고 옴이 만연해 있었다』(국제아동기금 응급프로그램 피도 맥도멋 국장대리)
『북한의 탁아소 두 곳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적어도 6명의 어린이가 영양결핍으로 마라스무스와 과시오코르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병원에 입원한 소아환자의 대부분은 가슴을 헐떡이는 호흡기 염증과 피부염증 증상을 보였다』(유엔 인도지원국의 6월보고서)
최근 북한지역을 시찰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림 끝에 영양결핍과 면역력 저하 등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보건의료단체와 동아일보사가 공동으로 「북한어린이 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를 결성한 취지는 당장 먹을 식량 뿐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의약품이 없어 죽음에 직면한 어린생명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아동기금은 지난 4월 북한의 자강도 희천시를 방문한 뒤 5세 이하 어린이 절반가량이 영양실조로 성장이 멈추거나 부종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라고 공식 보고했다.
국제적십자연맹도 이달초 북한의 의료실태에 관한 보고에서 기초 의약품이 거의 바닥나는 등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직전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신의주를 방문했던 국제아동기금 관계자들은 적은 분량의 한약재 이외에 항생제 등 의약품이 거의 없어 병원에서 숨지는 환자가 15%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내년 3월까지 북한 어린이 1백만명에게 홍역 및 결핵 예방접종을 하고 비타민제와 이유식을 공급한다는 국제적십자연맹의 계획과 지난 4월 유엔 다자간지원기구가 내년초까지 북한지역에 대한 9백만달러의 보건비용지원을 호소한데서도 북한이 처한 의료현실의 심각성은 잘 나타난다.
보건의료인들은 북한 어린이들이 이미 건강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점차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의대 소아과 李泓秦(이홍진)교수는 『영양결핍상태가 오래가면 성장이 멈춰 왜소증을 유발하고 뇌손상으로 인한 정신지체 시력장애 등을 몰고와 평생 정신적 육체적인 불구상태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영양결핍은 신체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려 보통 때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반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金鍾九(김종구·사당의원 원장)대표는 역설했다. 『지금 소아마비 백신 하나를 지원하는 것은 북한에 소아마비로 입원해야 할 어린이 한명을 줄이는 것이며 북한에 병상 하나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앞으로 남북이 통일된 뒤 우리가 부담해야 할 장애복지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김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