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학이름 쓴 지하철역명 변경 『진퇴양난』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04분


대학 이름을 지하철 역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역명 변경문제를 놓고 서울시가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시는 『대학이름이 들어간 역명을 바꿔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6일 지명위원회를 열고 장시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제의 역명은 서울지하철 2호선 △건대 입구 △홍대 입구 △이대 △서울대 입구 △교대역, 3호선 △동대 입구 △숙대 입구역, 4호선 △한성대 입구 △성신여대 입구역 등 9곳. 녹색교통운동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월 서울시에 낸 건의서를 통해 『선진외국의 경우 대학명칭이 지하철역으로 사용되는 예는 거의 없다』며 『해당 지역의 명칭 전통 역사성에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지명위원회 역시 대표성이 없는 대학이름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역명이 합리적이라는데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역명이 대부분 10년이상 사용돼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 시민들이 그 이름에 익숙해져 있어 이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서울시는 또다른 고민을 갖고 있다. 지난 84, 85년 이들 지하철 역명에 대학이름을 무더기로 넣어주면서 수익자 비용부담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해당 대학들로부터 각각 5백만∼3천만원의 시설개선비용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단 △대학명을 역명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역사가 대학 부지내에 위치할 경우는 대학명을 역명으로 쓰고 △지하철역과 대학간 거리가 5백m 이하이고 학교 규모가 종합대 이상일 경우는 대학명을 괄호안에 병기(倂記)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정말 골치아픈 문제다』며 『해당주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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