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통학 안전 『천국』캐나다

  • 입력 1997년 3월 18일 08시 47분


[토론토〓윤성훈기자] 지난 2월 11일 오후 캐나다 토론토시 북부 리치먼드 힐 지역의 한 왕복 6차로. 시외곽으로 쌩쌩 달리던 차량들이 갑자기 멈춰 선다. 거의 동시에 반대차로 차량들도 하나같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근처에는 횡단보도도 신호등도 없다. 숨죽이고 2,3분을 지켜봤지만 위급한 환자를 실은 병원 앰뷸런스나 소방차 경찰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해답은 스쿨버스였다. 도로 한편에 노란색이 선명한 스쿨버스 한대가 조용히 멎었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혀 서두르지 않은 채 하나 둘씩 내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아이들 중 누구도 도로를 횡단하지 않았지만 진행차로와 반대차로의 모든 차량들이 「올 스톱」해 아이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스쿨버스가 출발하자 멈춰섰던 차량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은 「걸어다니는 빨간 신호등」이다. 그러나 스쿨버스는 한술 더 떠 「달리는 빨간 신호등」으로 불린다. 스쿨버스가 차량의 앞 뒤에 부착된 빨간 신호등을 점멸하기 시작하는 순간 교향악단 지휘자의 지휘라도 받듯이 주변의 모든 차량들은 일제히 멈춰선다. 특히 스쿨버스를 뒤따르던 차량은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20m 정도 거리를 두고 선다. 법규를 어기고 운전자가 학생들이 승하차중인 스쿨버스를 지나쳐 가거나 승하차가 끝나기 전에 차를 움직였을 때의 처벌은 무겁다. 처음 어겼을 때는 1백∼5백달러의 벌금을 물리지만 두번째부터는 2백50∼1천달러로 높아지고 최고 6개월의 징역형까지 처해진다. 『캐나다 운전자들은 경찰차가 아니라 스쿨버스를 가장 무서워한다』고 할만큼 스쿨버스를 대하는 이곳 운전자들의 태도는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다. 캐나다는 아동 통학안전을 위한 법률을 완비하는 등 「아동 교통안전」분야의 선진국이다. 스쿨버스의 안전을 규율하는 2개 법은 도로교통법과 공공차량법. 여기에는 스쿨버스 운전자의 자격기준, 승하차 규정, 차량유지관리 기준 등이 상세히 정해져 있다. 그러나 스쿨버스 안전운행은 강력한 법규와 그 집행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스쿨버스 운영을 각급 학교가 떠맡지 않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모든 것을 챙기기에 가능하다. 실제로 스쿨버스 운영을 맡은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스쿨버스를 사들여 직접 운영하거나 전문 스쿨버스 운행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취한다. 개별 학교에 대한 재정보조업무도 교육위원회의 몫이다. 스쿨버스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국민이 내는 주택세에서 떼어내 충당한다. 캐나다 사회 공동의 자산인 2세들의 안전을 국가 및 지역사회가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안전한 스쿨버스를 만들려는 캐나다인들의 노력은 스쿨버스 운전자에 대한 엄격한 선발기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 스쿨버스 운전자격증을 취득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심신이 건강하고 전과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추월경쟁을 벌이다 적발된 경력이 있는 사람, 인명사고 경력이 있는 사람, 비양심적으로 사고현장을 그냥 지나쳐 면허정지를 받았던 적이 있는 사람은 아예 응시를 포기해야 한다. 또 일단 자격을 취득해 스쿨버스를 운전하다가도 교통법규를 위반해 「벌점 8」 이상을 받으면 즉각 자격이 취소된다. 스쿨버스 차량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 도로교통법은 스쿨버스의 경우 6개월마다 정밀 종합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며 브레이크 점검과 오일교환은 3개월마다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론토시 교육위원회 학생수송국 로빈 윌슨부국장은 『최근 자치단체 재정사정의 악화로 교육지원이 줄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안전한 스쿨버스 운영은 교육위 투자의 제1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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