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李대사 일문일답]내일 돌아갈것…이명호씨도 잘있다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7시 25분


20일 오후 조건부로 풀려난 李元永대사는 그다지 피로한 기색이 없이 매우 신중하게 보도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일부 미묘한 사항에 관해서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은 李대사와 나눈 일문일답. -밖으로 나올 때의 소감은 어떠했나. ◆감사하다. 대통령각하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염려해주신 성원 덕분에 나오게 됐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다른 대사와 향후 전개될 일을 논의했다.어떤 때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고 어떤 때는 비관적인 생각을 했다.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대사관저 안에서는 어떻게 있었나. ◆분산수용됐다.대사들은 2층 방에 있었다.옆방의 동정은 알 수 있었지만 1층의 상황은 정확히 모른다. 인질의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텔레비전 보도를 보고 지냈다. -반군의 태도는 어떠했나. ◆밖에서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그다지 살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를 관대히 대해주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적이 없었다. 다만 방송보도가 정확하지 않을 때 다소 불만스런 표정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반군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상당한 정도다. 얼마나 되는 인원이 관저를 점거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많은 숫자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내일 12시까지 일본 대사관저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외교단의 위임을 받고 브라질, 이집트대사와 함께 풀려났다.그러나 내가 할 일을 밝힐 수는 없다. 반군의 생각을 적당한 요로에 전달한 뒤 일단 일본대사관저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전달하겠다. -외교단에서 왜 선정했는지. ◆글쎄요. -내일 돌아갑니까. ◆돌아갈 예정입니다.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고 일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때는 다시 나온다. 그러나 상황을 보아서 늦게 돌아갈 수도 있다. -독일, 캐나다대사와 같은 조건으로 풀려났나. ◆그들은 결국 못들어갔다. -재일교포 李明鎬씨의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 잘 있다. 다행히 2층에서 가까운데 있어서 그를 잘 살펴볼 수 있었다.그는 일본상사 주재원들과 2층에 함께 있었다. -처음 반군이 덮칠 때의 상황은 어떠했나. ◆8시15분쯤 밖에서 갑자기 폭음이 들렸다. 깜짝 놀랐지만 점거는 생각치 못했다.15-20초 지나 총성이 막 나면서 마당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무장한 사람 몇이 들어와 엎드리라고 해 엎드렸다. 그뒤로 15분간 총성이 울렸다. 그중 누군가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 단원이다. 해치지 않을테니 지시를 따르라'고 말했다. 대단한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엎드려 있었다. 이들이 완전장악한 뒤 한곳으로 집결해 인질을 정리했다.부녀자와 노약자를 밖으로 내보내고 성명과 신분을 적고 분리수용됐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나. ◆관저의 비상식량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적십자사가 들여보내준 비상식량을 먹고 지냈다. 어제는 점심과 저녁이 부족했다. -같이 나온 대사들과 내일 만나나. ◆내일 만나기로 했다. -반군의 표정으로 미루어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가. ◆정확히 모르겠다. 페루정부가 어떤 입장으로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반군간의 견해차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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