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사진까지…막말-고성 ‘난장판 국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3일 16시 06분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10.13/뉴스1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질의하며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10.13/뉴스1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윤석열(전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합성한 패널을 들어보였다. 도요토미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국회 경위를 호출했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혼자 다 해먹어”라고 일갈했다. 인사말만 한 뒤 이석하려던 조 대법원장은 90분간 국감장에 머물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대법원 등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며 ”삼권분립 체제를 가지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앉혀 대선 개입 의혹을 따져묻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증인으로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간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은 인사말만 한 뒤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변하는 게 관례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하지만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고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최혁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원래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후보를 굳이 반려하고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김건희 여사의 계부 김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무조건적 친일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친일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라고도 했다. 최 의원은 질의시간이 끝나갈 무렵 ‘친일사법 사법내란’ ‘조요토미 희대요시’ 등이 적힌 패널을 들어보였다. 조 대법원장은 최 의원의 발언에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석하지 못한 채 질의가 이어지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이석 허가를 요청했다. 천 처장은 “30년 전인 (19)87년 헌법이 성립되고 나서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하신 적은 없다”며 “대법원장께서 인사말씀을 하셨고 여러 위원들께서 주시는 말씀을 지금 듣고 있고 또 남은 부분은 미진하지만 제가 답변하면서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또 마무리 말씀으로 대법원장이 하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당연히 (대법원장은) 이석을 하셔야 된다”며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기본적 원칙이다. 이것을 어기게 된다면 국회가 사법부 역할까지 대신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국정감사 운영에 항의하고 있다. 2025.10.13.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의 국정감사 운영에 항의하고 있다. 2025.10.13. 뉴시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이석 불허를 두고 야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국민의힘 곽규택·신동욱 의원 등을 향해 “시끄럽게 떠들지말라” “조용히 하라” “초등학생이냐” “스스로 자격없다고 생각하면 퇴장하시라” 등 쏘아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질의하는 도중 위원장석까지 나가서 항의하자 추 위원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국회 경위를 호출해 “회의 진행에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다”며 “위원장 자리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여당 의석을 바라보며 “이게 국회냐, 혼자 다 해먹어”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지는 장면, 대한민국 국회가 무너지는 장면”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서영교 의원님 제 눈 똑바로 쳐다볼 용기나느냐, 최혁진 의원님 이렇게 방송할거면 열린공감TV 가서 방송하라”며 “국회의원들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 이렇게까지 막 나갈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때 서 의원이 “신동욱 그렇게 망가질 수 있나” 등 비꼬는 발언을 이어가자 신 의원은 “조용하라고, 서영교”라고 맞받았다. 신 의원은 이어 “아무런 근거도 없는 한덕수(전 국무총리)와 조희대(대법원장)이 만났다는 거짓뉴스를 가지고 사법부를 이렇게 망가뜨리면서 부끄럽지 않느냐, 추미애 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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