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위기” 고삐 죄는 정부…연말부터 변동금리 대출한도 축소

  • 뉴스1
  • 입력 2023년 10월 30일 13시 06분


코멘트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5.23/뉴스1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5.23/뉴스1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2023.10.23/뉴스1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2023.10.23/뉴스1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는 등 부실 위험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연내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하고, ‘커버드본드’(우량자산담보부 채권·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 확대를 유도하는 등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축소할 계획이다.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깎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더 높이면서 수요 억제에 동참한다.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대출…가계부채 비율, GDP 대비 100% 아래로 관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29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도입과 커버드본드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의 활용도를 제고하기로 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든지 ‘영끌 투자’ 행태는 정말 위험하다”면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최근 50년까지 늘어난 점에 비춰 차주가 ‘상환 능력 내’ 대출에 나서기 위해서는 DSR에 금리 변동성에 대한 위험이 더 반영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부동산담보대출 등 자신이 보유한 고정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장기·저금리 재원확보가 용이해 조달한 자금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커버드본드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했으나, 은행채 대비 높은 부대비용(약 0.2~0.3%포인트)에 발행을 꺼려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원화예수금의 1% 내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금으로 인정하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대출 관리 강화에 있어서 1주택자 등 주거서민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은 예외로 했다.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당초 공급 목표(39조6000억원)를 넘더라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이자 제한, 추심부담 경감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조속히 입법화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코로나 시기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에 대한 환수 면제도 실시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규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2016년에서 2021년까지는 저금리 기조와 주택가격 급등 등에 부채 규모가 연평균 104조1000억원 증가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00%를 초과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부터 감소(2021년 105.4%→2022년 104.5%)하기 시작해 올해 3월에는 101.5%로 줄었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00%로 이하로 낮춰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출 끊길라’ 은행 10월 가계대출 2.5조 증가…“금리 더 올려 수요 억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지자, 은행에는 대출이 더 막히기 전에 최대한 돈을 빌리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10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달(1조5174억원)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684조8018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 대비 2조4723억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2조2504억원, 신용대출이 5307억원 늘었다.

이에 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를 추가 인상해 수요 억제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11월부터 주담대 중 신규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신잔액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상품(6개월 주기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05%p 높인다.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 중 1년물 이하를 지표로 하는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p 인상한다.

앞서 하나은행은 10월 들어 비대면 주담대 대출상품의 금리를 0.15%p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다. 농협은행도 지난 17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p 높였다. 시장금리 상승 폭보다 더 큰 폭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수요 억제에 나선 곳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지난 한 달간 시장금리 상승 외에 자체 조정을 통해 0.3~0.5%p 금리를 인상한 곳도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제되는 분위기지만, 10월 들어서는 막차 수요도 적지 않기에 금융당국에서 수요 억제 조치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