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2.2.6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관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실제 탄핵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의 선택지는 각하, 기각, 인용 등 세 가지인데 역대 전례를 비춰보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3명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이 중 박 전 대통령 탄핵안만 헌재에서 인용됐다.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민주당은 큰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에 당내에서도 이 장관 탄핵을 강행하는 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탄핵안을 ‘국민의 명령’으로 규정하고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93명, 찬성 179명, 반대 109명, 기권 5명으로 통과시켰다.
169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이번 결정으로 이 장관은 헌정사 최초 국무위원 탄핵소추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직무도 즉시 중지된다.
향후 헌재의 탄핵 심판까지 이 장관은 사실상 ‘파면’에 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회법에 따라 소추의결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당사자 및 헌재 등에 송달되면 대통령이 탄핵 대상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도 없어서다.
다만 헌재에서 이 장관의 탄핵안이 인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장관의 범법 여부를 소명하기가 쉽지 않고 국민의힘 소속의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헌재의 탄핵 심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에 따른 혼란과 결과는 온전히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소추 요건인 ‘직무집행 시 헌법·법률을 위반한 경우’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을 향한 대여 공세를 강화하며 여론전을 병행하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상민 탄핵 인용까지는 국회 본회의, 법제사법위원장, 헌법재판소라는 3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하나하나 무척 높고 단단할 것이지만 민주당은 세 개의 벽을 인간의 양심, 국민의 상식, 국가의 책임으로 반드시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다.
또 탄핵안 통과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안에 대한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 역시 난망해졌다. 당장 여야가 냉랭한 분위기 속 민생 법안에 대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도 탄핵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을 향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게 없는데, 이렇게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날을 세웠다. 동시에 행안부 차관을 이 장관의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실세형 인사’로 교체하는 방안을 포함한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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