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복 그대로”…최초 공개된 ‘무궁화 10호’ 직원 진술조서 전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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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4일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업무 중 실종된 공무원 이모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아일보 DB
2020년 9월 24일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업무 중 실종된 공무원 이모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아일보 DB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공무원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의 ‘월북 가능성은 전혀 없거나 매우 낮다’는 당시 동료들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이 씨의 유족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씨가 근무했던 ‘무궁화 10호’ 직원들의 2020년 9월 24일자 해경 진술조서 8건을 공개했다. 2020년 10월 9일 국회에서 진술조서 요약본이 공개된 바 있지만 전문이 공개된 것은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진술조서 전문에는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방수복’에 대한 언급이 담겨있었다. 2020년에는 “사고 발생 당시 밀물로 물살이 동쪽으로 흐르고 있어 이를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다”는 진술만 일부 공개되고 “월북을 하려면 방수복을 입었어야 했는데, 이 씨 방을 확인해보니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다”는 진술은 누락됐다. 또한 “대준 형님으로부터 방수복 없이 바다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내로 죽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진술도 공개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전까지 공개된 자료에 방수복 관련 진술은 언급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유족 측 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 씨가 방수복 없이 추운 바닷물에 들어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방수복을 그대로 놔뒀다는 건 월북 정황이 없다는 결정적 증거인데 해경은 그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56)는 “이는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며 “월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조작된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조서에는 이 씨의 월북 정황이 전혀 없었다는 동료들의 진술이 나왔다. 평소 북한에 대해 이 씨가 언급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고 드라마나 TV 보는 것을 좋아해 정치적 언급이나 북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거나 “항해 당직 중 북한 관련 언동도 없었고 직장이나 국가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북한 관련 서적이나 방송을 봤냐는 질문에는 “전혀 들은 적도 없고 정치색이 드러나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씨가 월북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터무니없는 말”이란 답변이 이어졌다. 한 무궁화 10호 동료는 “직원들 사이에서 일을 잘한다는 말이 있어 굳이 월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다른 동료는 “월북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추후 무궁화 10호 직원 진술조서 외 해경으로부터 받은 당시 초동수사 자료도 공개할 예정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다른 자료들에 대해서도 지난달 25일 정보공개청구를 한 상태다. 4월 13일에는 “법원 결정으로 공개하라는 정보까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기록물법은 위헌”이란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자료 공개를 거부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하거나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 측은 해수부 장관을 만나 15일 이후 실종자에서 사망자로 신분이 바뀐 이 씨의 장례식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형 이 씨는 “동생 기일인 9월 22일로 장례식 일정을 조율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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