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역대 최고…“단일화 역풍” vs “정권교체 열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6일 16시 47분


코멘트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3·9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열 명 중 네 명은 이미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6.93%를 기록하면서 여야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상황에서 높은 사전투표 바람을 앞세워 아직 투표 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9일 본 투표 당일 투표장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 50% 돌파한 전남 ‘사전투표율 1위’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기록인 2020년 총선(26.69%)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사전투표율 51.45%로 1위를 차지한 전남이다. 2014년 사전투표 실시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50%를 넘어선 광역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전남 신안군의 투표율은 61.62%로 전국 250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광역자치단체 별로는 전남에 이어 전북(48.63%), 광주(48.27%), 세종(44.11%) 순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33.65%)였다.

호남의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에 여야는 각각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의 안방 격인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에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6일 “야권 단일화 이후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이 결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쳇말로 열 받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가 민주당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했고, 호남 유권자들이 속속 사전투표장으로 나서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호남 득표율 30%’를 목표로 내걸어온 국민의힘은 지역 밀착형 공약을 내놓으며 호남 구애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호남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ARS(자동응답조사) 여론조사 수치상 (국민의힘의) 호남 예상 득표율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만큼의 호남의 선택은 진취적이고 변화를 지향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ARS 조사 결과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30%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 與 “단일화 역풍” VS 野 “정권교체 열망”

높은 사전투표율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해석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과거 선거를 보면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우리에게 유리했다”며 반색했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 막판 전격적인 야권 단일화의 역풍이 높은 사전투표율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서 “엄청난 역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 측) 결집의 강도와 내용이 훨씬 더 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투표율 제고를 독려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전투표와 관련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과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 젊은층의 윤 후보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높아질 수록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2030세대 청년들이 전국 사전투표소에 줄을 이었다”라며 “이들이 원하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수 성향이 강한 고령층의 사전투표가 선거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표심 분석은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엔 여야 모두가 대대적인 사전투표 독려 운동을 펼쳐온 만큼 사전투표율 자체만을 가지고 유불리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