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윤석열 향해 “강력한 분노, 사과 요구”…尹 “내 사전에 정치보복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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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9.07.25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9.07.25 사진공동취재단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한 비판은 물론 언급조차 자제해왔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를 언급할 경우 정치적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윤 후보에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연이어 맡긴 건 문 대통령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0일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라는 표현을 써 가며 윤 후보를 향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날 “문 대통령께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늘 강조했다”고 응수했다. 논란이 된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이 정치보복이 아닌 수사의 원칙을 뜻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3·9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닷새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후보의 충돌이라는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대선 구도도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다.

文 ‘강력 분노’에 친문 총결집

청와대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윤 후보를 향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년 동안 검찰 중립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완전히 부정당한 모욕감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은 “윤 후보의 발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을 상시킨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분노는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를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집권 시 대대적인 강압 수사를 예고한 것이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P 등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도 대대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윤 후보를 향해 “어떤 후보도 이 같은 망언을 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괴물정권’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비롯한 친문 의원 20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 쿠데타를 선동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설령 윤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같은 상황을 결코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친문 진영의 강력한 의사 표현”이라며 “진보 지지층을 결집 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에게 주도권을 내줬던 친문 진영이 오늘 하루만큼은 당의 간판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尹 대신 당이 나서는 ‘투 트랙 전략’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청와대의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했다. 또 윤 후보는 ‘우리 문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써가며 “우리 문 대통령님께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늘 강조해오셨는데 그런 면에서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청와대를 향한 공세는 당이 맡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께서 본인의 민정수석이었던 사람이 죽창가로 국민의 절반을 갈라쳤을 때 그를 제지하고 따끔하게 이르셨다면 국민의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며 ‘조국 사태’를 꺼내들었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반응을 “명백한 선거 개입 시도”로 규정하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야당 후보에게 억지 사과를 요구한 행태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역공에 나섰다.

야당의 이런 역할 분담은 향후 선거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가 나서 여권과 각을 세우고, 윤 후보는 “정치 보복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중도 유권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직접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면서도 “윤 후보가 직접 싸울 경우 여권이 결집할 수 있고, 국민통합을 원하는 중도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 윤석열’의 구도가 불리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야권 인사는 “이번 국면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나서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지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윤 후보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분석이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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