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에도 ‘아빠 찬스’ 용납 못해…文대통령 김진국 즉각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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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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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21.12.7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 2021.12.7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공정’의 가치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향후 국정동력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진국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날(20일) 밤 관련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앞서 한 매체는 김 수석의 아들 김모씨(31)가 한 컨설팅회사에 제출한 입사지원서 ‘성장 과정’ 칸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라고 한 문장만 적어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수석은 매체에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며 “있을 수 없는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은 지난 3월4일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인선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다섯 번째 민정수석으로 9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김 수석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노동·인권 전문 변호사로 민정수석 전에는 2017년 7월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재직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앞서 김 수석의 아들이 여러 기업에 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다’ 등의 내용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이 지난 3월 4일 민정수석 임명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DB)2021.12.21/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앞서 김 수석의 아들이 여러 기업에 낸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다’ 등의 내용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이 지난 3월 4일 민정수석 임명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스1 DB)2021.12.21/뉴스1 © News1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민변 부회장을 거친 뒤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했었다.

당시 김 수석의 발탁은 문 대통령으로선 함께 일했던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다시 곁으로 불러들인 셈이었다.

이처럼 김 수석과 오랜 인연에도 그의 사의를 신속히 수용한 것은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자리와 문재인 정부가 공격받아온 ‘공정’ 측면에서 비판 여론을 고려해 사안을 엄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임기 말 청와대가 국정 동력을 잃지 않고 다시 중심을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도 엿보인다.

이미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단체는 김씨의 행위가 ‘위력’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이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김 김 수석 아들 김모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고발했다.

김 수석도 논란이 제기된 전날 ‘책임 있는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주변 참모진에게 나타냈고 문 대통령 역시 당일 김 수석의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김 수석은 출근한 뒤 즉시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수석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데 대해 “사정은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정서, 이런 것들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라고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에 사퇴했거나 이후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년2개월간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부실 인사검증과 특별감찰반 논란 등을 겪었다. 사퇴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명 35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2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부동산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내려진 ‘1주택 보유’ 권고에도 끝내 다주택(2주택)을 유지하다 지난해 사퇴했다. 3대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4대 신 전 수석도 임명 두 달여 만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패싱 논란’ 등을 겪다 김 수석에 자리를 내주고 사퇴했다.

청와대는 김 수석 후임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문 대통령은 임기 5개월짜리 후임 민정수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들의 도박, 성매매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어서 야권의 공세가 여권 전체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은 이날 사의 수용 사실이 전해진 뒤 “실세 자녀들의 특권의식이 아예 정권의 기풍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리 김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나 국민들 마음은 씁쓸할 뿐”이라며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평등’, ‘공정’, ‘정의’는 임기 말에 이르러 대국민 헛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 이번 일로 더욱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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