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안함 진수식, 생존 장병 전원 불참… 유족만 참석해 ‘반쪽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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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 대잠 능력 향상되고 고속순항 기능
유족 요청에 ‘천안함’ 이름 붙여져… 방심위 ‘음모론 유튜브’ 방조에
함장-장병 58명중 한 명도 안가… 최원일 함장은 옛 천안함 찾아

바다 위로 다시 떠오른 천안함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대구급 
호위함(FFG-Ⅱ·2800t급)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을 열었다. 2010년 북한군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이후 11년 만에 부활한
 천안함은 연안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됐다. 울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바다 위로 다시 떠오른 천안함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대구급 호위함(FFG-Ⅱ·2800t급)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을 열었다. 2010년 북한군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이후 11년 만에 부활한 천안함은 연안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됐다. 울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010년 북한군 어뢰 공격에 침몰한 천안함이 11년 만에 신형 호위함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다만 피격 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을 비롯한 생존 장병들은 천안함 음모론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문제없음’ 결정에 항의해 9일 진수식에 불참했다.

○ 천안함, 대잠능력 갖춰 부활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대구급 호위함(FFG-Ⅱ·2800t급)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을 열었다. 진수식은 함정 선체를 완성한 뒤 처음 물에 띄우는 행사다. 대구급 호위함은 해군에서 기존에 운용하던 울산급 호위함(FF·1500t급)과 포항급 초계함(PCC·1000t급)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됐다.

새 천안함은 연안 경비 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됐다. 앞서 1988년에 취역한 뒤 2010년 침몰해 퇴역한 천안함(PCC-772)은 초계함이었다. 새 천안함은 구축함보단 작지만 다양한 무기체계가 탑재돼 구축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길이 122m, 폭 14m에 최고 속력 30노트(시속 약 55km)를 내는 새 천안함은 옛 천안함에 비해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원거리에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예인선배열음탐기(TASS)와 멀리 떨어진 적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도 장착됐다. 엔진도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돼 전기모터로 수중 소음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스터빈을 활용해 고속순항이 가능해졌다. 해군 함정에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한 건 천안함 피격사건이 계기가 됐다.

앞서 군 당국은 2019년 말 전사자 유족 등의 요청에 따라 신형 호위함 가운데 1척을 천안함으로 명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오던 중 올해 3월 해군 함명제정위원회에서 7번함명으로 최종 결정했다. 통상 함명은 진수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돼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3월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통해 직접 천안함 함명을 밝혔다.

○ 생존 장병 불참한 ‘반쪽 진수식’
천안함은 향후 시운전 평가를 거쳐 2023년 해군에 인도된 뒤 전력화를 마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에 나서게 된다.

이날 진수식에선 해군 전통에 따라 주빈인 서욱 국방부 장관의 부인인 손소진 씨가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했다. 아기의 탯줄을 끊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서 장관은 축사에서 “천안함을 부활시켜 영웅들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지켜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생존한 현역(24명) 및 예비역(34명) 장병 58명은 모두 진수식에 불참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설 등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방심위가 지난달 말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반발했기 때문. 고 이상희 하사 부친인 이성우 천안함유족회장 등 유족 30여 명만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해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 회장은 “천안함 부활은 죽은 저희 자식들이 태어났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식들이 이 세상에 없지만 천안함이 대한민국의 북방한계선을 지키는 선봉이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최원일 예비역 대령은 이날 진수식이 열린 울산 대신 옛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 평택 해군 2함대를 찾았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마음은 여전히 그들(전우들)과 이 배를 타고 있다. 울산은 맑은데 평택은 날씨가 궂다”고 적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천안함#천안함 진수식#신형 호위함#생존장병 전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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