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두달, 기대가 리스크로”… 경선관리-野통합 동시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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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국민의힘 ‘30대, 0선 대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민심이 굉장히 안 좋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6월 이 대표는 주요 정당 사상 최초로 ‘30대, 0선 대표’ 시대를 열며 보수의 미래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67일 만에 당 안팎에서 혹독한 질타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들과 갈등을 빚는 사이 당 지지율은 하락 추세에 접어든 데다 ‘반(反)문재인’ 통합의 핵심인 국민의당과의 합당마저 결렬됐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위기다.

○ “李, 기대에서 리스크로”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지층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준석 체제’ 이후 2030세대 당원이 크게 늘었고, 이 대표 역시 세 차례 호남을 방문하는 등 과거 당 대표와 다른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야권의 기대가 서서히 우려로 바뀌는 형국이다.

‘치맥 회동’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이 계속 노출됐고, 최근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으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졌다. 당 지도부가 계획했던 18일 후보토론회는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신뢰받는 대선 관리자가 돼야 할 당 대표가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야당 대표의 대여 투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로 뛰고 있는 것이 이 대표”라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에서는 “양측 감정의 골이 확인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수야권 통합도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과의 ‘샅바싸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하면서 “예스(Yes)냐 노(No)냐 답하면 된다” “굳이 요란한 승객을 태울 필요는 없다” 등 굴복을 강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의당의 감정을 건드렸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는 이제 국민의힘에 더 큰 청구서를 들이밀려 할 것”이라고 했다.

○ 野 내부 “‘말싸움’ 줄여야” 조언 이어져

이 같은 위기는 이 대표 특유의 스타일이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자당 후보의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거나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5%포인트 차로 패배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을 두고는 “당 대표인지 평론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당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급기야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은 13일 “이 대표가 쏟아내는 말과 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고,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16일 페이스북에 “기대가 어느 순간 리스크로 변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이준석 지도부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 혁신을 뒤로하고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질타했다.

야권에서는 이제 “과연 이 대표 체제로 정권 교체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만 ‘이준석 체제’가 갑자기 막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11월 9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되기 전에 모처럼 등장한 보수의 젊은 선장을 끌어내리는 것은 야권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대표님과 저는 손잡고 가야 된다. 우리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이 대표의 변화를 적극 주문하고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정치라는 걸 말싸움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 같다”며 “당 대표로서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듣지 않고 자꾸 말로만 저를 이기려 하더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가 스포트라이트를 대선 주자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경선은 유력 후보들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후보가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준석#리스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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