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與 검증공세…돌파 과제 안은 ‘초년생’ 윤석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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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해지면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여권의 검증 공세도 가열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산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여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문제를 지목해 비판하는 등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여권이 네거티브 공세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대선판에 미치는 윤 전 총장의 파괴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수야권에서는 지지율 10%를 넘는 변변한 대선 후보조차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누가 대선에 나와도 쉽게 낙승을 거두는 구도였지만 지난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사태를 거치면서 정치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4·7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이 밀어붙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직(職)을 던진 윤 전 총장의 승부수는 그를 단 번에 지지율 1위의 대선 주자로 밀어 올렸다. 여당에 대항할 후보조차 없던 보수야권에 있어 윤 전 총장은 강력한 대선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고, 윤 전 총장의 등장이 ‘LH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한 여당에게 참패를 안겼다.

이제 여권으로선 윤 전 총장의 대선 등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검증 공세에 나서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무서운 상승세로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지만 정치는 ‘초년생’이라 할 만큼 경험이 전무한 상태여서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대선 정국에 대한 내성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은 이런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총장이 국민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여야 구분 없는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형성된 ‘공정’이다. 그런데 그의 장모 등 처가와 관련된 사건에서 공정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다거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과거 대선에서 후보 개인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대선 결과를 뒤바꾼 사례가 적지 않았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후보는 한 때 6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두 아들의 병역미필 문제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결국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BBK 의혹’과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고, 곧 이은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지휘한 적폐청산 수사를 통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임이 드러나 구속돼 현재까지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의혹에 대해 최근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여권의 검증 공세에 대해 “내가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75)는 동업자 3명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경기 파주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2억9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돼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동업자 3명은 이와 관련해 2017년 유죄가 확정됐으며, 최 씨는 2014년 이사장직에서 사퇴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경영진으로부터 받았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결심 공판에서 최 씨는 “병원을 개설할 때 돈을 꿔줬고 이 돈을 받기 위해 병원에 관심을 뒀을 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최 씨 변호인은 “과거 고양지청 검사들이 면밀히 살펴 최 씨를 무혐의로 판단했던 사안”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은 새로운 증거가 없는데도 기소했다. 억울하지 않게 처분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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