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대선·야권개편까지…‘ㅈ’도 안꺼내고 정치권 흔든 ‘尹의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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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4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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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임기를 4개월 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검찰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추진에 반발해 사퇴한 지 14일로 열흘이 흘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중책을 맡기며 발탁했던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을 대검찰청을 떠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롯한 국정운영 기조 근간을 심각하게 타격한 ‘사건’이었다. 그의 발탁은 결국 문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로 결론났다.

청와대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도 태풍이 휘몰아쳤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도 야당 소속의 유력 대선주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정권에 반기를 든 검찰 수장은 반문 진영의 영웅처럼 떠올랐다.

아예 범야권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차지하며 윤석열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행보, 메시지에 다양한 관심이 쏟아졌다. 4.7보궐선거와 맞물려 야권의 러브콜과 여권의 견제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을 이용해 정치적 행보를 했다”고 했다. 정부와 날을 세운 윤 전 총장 사퇴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반면 야권은 윤 전 총장 사퇴 책임을 문 대통령과 여당에 물으며 “함께 하겠다”고 반문(反文)연대에 힘을 쏟았다.

사퇴 후 공개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은 ‘메시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선택적인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며 LH비리에 접근하는 여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합조단 등을 통해 조사에 나선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과 동시에 국민 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메시지를 전하면서 정치적 감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당분간 ‘메시지’ 정치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대권구도도 흔들었다. 올해 초까지 2~3위권에 있던 윤 전 총장은 사퇴 후 3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8일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를 기록하며 24.1%의 이낙연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로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22.4%로 2위를 기록했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제3세력 규합, 제1야당 입당 등을 두고 다양한 분석도 나왔다. 제3지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권-윤석열, 서울시장-안철수 등의 구도를, 제1야당을 주장하는 이들은 결국 야권의 최대지분을 가진 보수정당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보선 이후 펼쳐질 가능성이 있는 야권 개편에서도 윤 전 총장은 핵심 변수인 셈이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야권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야권 단일화를 추진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나란히 이번 보선에서 윤 전 총장의 역할을 기대했다. 대권주자로 떠오른 그가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태달라는 메시지다.

동시에 경쟁에도 돌입했다. 오 후보는 “윤 전 총장과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며 ‘윤 전 총장’과의 소통을 내세워왔다.

윤 전 총장과 제3세력을 구축할 것이란 분석을 낳은 안 후보 역시 “(윤 전 총장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윤 전 총장과 만났다”며 과거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보궐선거에 직접 지원에 나서기보다 메시지를 통해 범야권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고, 여권이 내세우는 ‘정치검찰’ 프레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진정한 파괴력은 재보선 이후 메시지 정치를 넘어 여의도 정치에 직접 몸을 들이밀게 될 이후에야 확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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