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싱가포르-이스라엘도 백신 맞는데… “생산국 우선”이라는 文

입력 2020-12-23 03:00업데이트 2020-12-23 09:1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백신 지연 책임론’ 靑해명 논란
靑, 5부 요인 초청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간담회 도중 차를 마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연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백신 생산국이 먼저 접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생산국이 아니어서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백신 확보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싱가포르 등 백신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도 연내 접종에 나서면서 정부의 백신 정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 싱가포르 연내 접종 시작하는데 文 “백신 생산국 먼저 접종 불가피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간담회에서 “그동안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많은 지원을 해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 지연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백신 생산국의 선(先)접종이 불가피하다는 언급을 두고 야당에선 백신 수급 계획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K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백신과 치료제 국내 생산을 통한 우선 확보를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10월 15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을 찾아 “30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위탁) 생산 물량의 일부를 우리 국민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백신 비(非)생산국인 싱가포르, 이스라엘, 카타르 등이 백신을 확보해 이미 접종을 시작했거나 곧 접종에 나설 예정인 만큼 ‘백신 불안감’을 해소하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아시아에서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배송받은 싱가포르는 모더나, 시노백 등 여러 백신 후보들과 7억4600만 달러(약 8269억 원) 규모의 백신 선주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0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한 이스라엘은 정보기관인 모사드를 동원해 조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11월 계약 선금 3500만 달러(약 387억 원)를 화이자에 지불했다. 카타르 역시 23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 백신 면책에만 2개월… “선구매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이날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비공개 참모회의 발언까지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최선을 다해서 (백신을) 확보하라”고 했고, 같은 달 30일엔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22일 MBC 라디오에서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등도) 백신 접종에 조금 일찍 들어갈 순 있지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할 만큼 초기 물량을 충분히 받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도) 결코 늦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1∼3월)로 화이자, 모더나 백신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8월부터 이미 세계 각국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백신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만큼 ‘백신 실기(失期)론’이 확산되고 있다. 백신 국내 생산과 치료제 자체 생산 등 K방역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백신 확보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6월 말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백신 개발 업체들과 접촉에 나섰지만 면책 조항 등을 따지다가 대응이 늦어졌다는 것. 한 정부 소식통은 “감사원으로부터 면책 문제에 대한 답변을 받는 데만 2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백신 생산국이 자국에만 쓰는 건 아니다. 우리도 선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국민들이 일찍 접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임보미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