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판사 사찰’ 안건 상정, 다수 반대에도 강행 이유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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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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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서울=뉴스1)
대법원 (서울=뉴스1)
전국법관대표회의가 7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자 현직 판사가 이에대해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안건 상정이 강행된 이유를 해명하라는 것이다.

지은희 수원지법 판사(37·사법연수원41기)는 이날 오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다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안건 상정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 판사는 “수원지법을 비롯한 각급 법원에서 ‘안건상정 찬반여부’ 등의 의견조회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다만 대다수의 법원에서 법관들이 신중하자는 의견(반대)이 많았음에도 조금 전 의안의 수정을 통해 안건 상정이 강행됐다고 들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상정된 3안(수정안)은 사전 의견조회조차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어서, 조금 전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조회가 긴급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답을 정해두고’ 일선 법관들의 의사를 ‘형식적으로만’ 물어본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초 각급 법원별 의견수렴 결과가 어떠했는지, 찬성이 많았는지, 대표회의에서 공표된 결과는 어떠한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이 거론된 배경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보고 및 설명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절차”라며 “대표권을 위임한 법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지 판사는 “만일 의견조회 결과 실제호 다수의 법관이 안건 상정에 반대를 했다면, 그럼에도 의안 상정 요구가 이뤄진 배경과 즉석에서 의견조회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와 즉석에서 진행을 한 절차적 근거 등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또 “소수의 엘리트 법관이 아닌 다수 법관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토대로 민주적 절차의 표본이 될 법관대표회의의 모습을 보여달라”며 “외부의 ‘언론’이나 ‘정치세력’을 논하기 전에 ‘일선 법관들’로부터 많은 오해와 오명을 얻고 차갑게 등돌려지는 마음아픈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이 상정 동의를 얻었다며 토론·심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당초 상정되지 않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직후 법원 내부에서 논의 필요성이 잇따라 개진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일선 법원의 찬반을 묻는 의견조회에서 대부분은 현재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및 재판절차가 이뤄지는 점 등을 들어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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