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백남혁 씨 “모든 전우의 이름 기억하신 아버지, 이제 하늘서 만나시겠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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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육군총장 “호국의 별 영원히 기억”
“조지 워싱턴 같은 한국의 영웅”… 에이브럼스 등 전현 사령관 애도
시민-軍인사 1000명 빗속 안장식, 8대 전쟁터서 퍼온 흙으로 허토

15일 오전 고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이 열린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육군 및 주한미군 장병들이 허토하고 있다. 
고인의 관 위에는 6·25전쟁 당시 백 장군이 참전한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투 등 8대 격전지의 흙이 뿌려졌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5일 오전 고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이 열린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육군 및 주한미군 장병들이 허토하고 있다. 고인의 관 위에는 6·25전쟁 당시 백 장군이 참전한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투 등 8대 격전지의 흙이 뿌려졌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을 태운 운구 차량이 15일 오전 11시 반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제2묘역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추도사에서 “마른하늘이 울고 대지가 통곡하며 애국 국민의 애도 물결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안장식이 끝나자마자 비가 그쳤다. 하늘이 다시 화창해질 때까지 1000여 명의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현장을 지켰다.

○ “미군과 달리 영웅 제대로 못 모셔”

안장식에 앞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백 장군의 영결식은 서욱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1시간가량 엄수됐다.

송영근 예비역 중장은 영결식 추도사에서 “한미연합사령부에 근무할 때 고인의 저서가 미국 장병 필독서로 활용됐고 미군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고인에게 인사드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정작 우리는 살아있는 영웅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나 회한이 컸다”고 했다. 그는 “국가장으로 동작동(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100여 명만 참석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지도부가 참석한 미래통합당과 달리 지도부가 불참한 더불어민주당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과 황희 의원, 예비역 육군 대장인 김병주 의원만 왔다.

장의위원장인 서 참모총장은 조사에서 “백 장군은 다부동 전투에서 나라를 구한 구국의 별이자 평양 입성의 선두에 섰던 북진의 별이었다”며 “한미동맹의 상징인 고인은 호국의 별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백 장군은 애국자이자 군인 중의 군인으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흘린 피로 강화된 철통같은 동맹의 창시자 중 한 분”이라며 “(6·25전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암울한 순간에 유엔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끈 영웅을 떠나보내 비통한 심정”이라고 애도했다. 그는 “전우여, 안녕히 가시라(Farewell, friend)”라는 말로 추모사를 끝냈다.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6명도 영결식장에 백 장군을 추모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월터 샤프 전 연합사령관은 “한미동맹의 위대한 ‘롤 모델’이었다. 6·25전쟁 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그의 헌신은 역사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버웰 벨 전 연합사령관도 “백 대장은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과 같은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했다.

백 장군의 장남 남혁 씨(67)는 “아버지는 모든 전우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다”며 “이제 아버지의 꿈이 이뤄졌다. 저 하늘에서 모든 전우와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 ‘다부동 전투’ 전사자 미망인도 허토

대전현충원에서 40여 분간 진행된 안장식에선 정부 대표로 온 박삼득 국가보훈처장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에이브럼스 사령관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굳은 표정으로 헌화했다.

6·25전쟁 당시 전투복을 수의로 입은 고인의 관엔 생전 유지에 따라 다부동 전투 등 6·25전쟁 8대 주요 전쟁터에서 퍼온 흙을 허토(흙을 관 위에 뿌리는 일)하는 의식이 진행됐다.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한미 장병 등으로 구성된 8명이 허토했다. 특히 19세에 결혼한 지 반 년 만에 다부동 전투에서 남편을 잃은 김임선 여사(88)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볼링앨리(Bowling Alley)’에서 퍼온 흙을 관에 부었다. 조포는 대장 예우에 따라 19발 발사됐다.

대전=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백선엽 장군#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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