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통합당엔 유소년 클럽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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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청년 양성 이벤트 그쳐
1945년 총선 대패 英 보수당, 청년조직 키워 黨재건 성공
美 공화당도 20대부터 실무 교육

미래통합당 청년 정치 담당자들은 가까이는 더불어민주당, 멀게는 영국과 미국 정당 시스템을 자주 거론하며 “‘FC통합당’엔 유소년 클럽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보수정치 몰락의 핵심 원인을 청년 정치 양성 시스템의 결여로 보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중앙청년위원회를 운영하고 지난해 여의도연구원 차원에서 청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장기간 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숙련된 정치인으로 성장시키고 활용하는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선거철엔 당 조직에 참여했던 청년은 오히려 배제하고, 스펙이 좋은 ‘외부의 스타’를 골라 톱다운식으로 공천을 해왔다. 민주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당 청년 조직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기성 정치인들과 유대감을 가지고 의원 보좌진으로 채용되거나 기초의회에 도전하는 등 ‘자생적인 육성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다.

제대로 된 청년 인재 육성 시스템이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는 청년을 무시하는 보수진영의 고질적인 문화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한 중진 의원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2세 정치인에게 “네 아버지 의원실에 염색하고 귀고리 하고 오던 애가 너 아니냐”라고 한 것은 이제 유명한 얘기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당 청년들은 “보수정치에 청년 문화를 심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용어 선택”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 정당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토론과 협상, 합의를 배우는 ‘정치의 조기교육’ 체제를 갖추고 있다. 영국 보수당이 1945년 총선에서 대패한 뒤 당 혁신의 방안으로 모색한 것은 좌파 정책의 수용과 청년 정치인 양성 시스템의 재정비였다. 보수당은 당 조사부를 부활시켜 차세대 정치인 육성소로 활용했고 ‘청년 보수당’ 등으로 청년 조직을 재정비해 젊은 인재 영입에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보수당은 1951년 정권을 재탈환해 64년까지 집권했다. 마거릿 대처와 존 메이저 전 총리 역시 보수당 청년 조직에서 정치를 배웠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조사부 출신이다.

미국 공화당이 1892년 만든 대학생위원회는 청년들에게 정치·재무·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나눠 인턴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생위를 거친 인사들은 청년위에서 교육 등을 받고 자연스럽게 정계로 나선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공화당 청년위 출신. 미국 민주당도 1932년부터 대학생위, 청년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워런 매그너슨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을 배출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유성열 기자
#미래통합당#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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