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北 아동 50% ‘최소영양’ 섭취 못 해”…“농업개혁 작동 않아”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30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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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육부진 편차 커…양강도 3명 중 1명, 평양 10명 중 1명"
'히든헝거' 심각, 2살 지나면 회복 불가능해 문제
"식량난 구조적 문제, 외부 지원 절대적 필요한 상황"

임형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30일 북한 어린이들의 절반가량이 최소한의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이날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의 식량 현황 평가 및 대북 지원 정책의 방향’ 토론회 발표에서 “일곱 가지 식량군 중 4가지 이상 먹어야 최소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건데, 그걸 못 먹는 아이들이 50%”라며 “전반적으로 보면 식량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또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지역 간 편차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저체중이 줄고 긴급 급성 영양실조는 줄었으나 지역 간 격차가 굉장히 크다”며 “전체적으로 5명 중 1명이 발육 부진인데, 양강도는 3명 중 1명, 평양은 10명 중 1명”이라고 전했다.

어린이 발육 부진이 심각한 것은 향후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게 임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히든헝거’(hidden hunger·영양손실)라고 하는데,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며 “(아동) 영양실조가 심하면 뇌에 타격을 주고, 실제 성장이 훼손된다. 2살이 지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WFP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를 공여할 방침이다. WFP는 정부에 관련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양측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 지원 방식 등을 협의했다. 정부의 공여금은 영양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WFP는 북측에 영양지원사업에 사용할 ‘영양강화비스킷’과 ‘슈퍼시리얼’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분배 효율성 등을 고려해 북한 전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0명 이상의 직원이 북한에 상주하며 60개군에서 월 100~150회의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열악한 사정이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식량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경제가 인구에 비해 협소하고, 식량 생산성도 낮다”며 “농업 외 생산요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농업 생산 기반도 열악하다. 또 경제난 때문에 그런 기반이 점점 피폐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물적 토대가 너무 취약해서 농업개혁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북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외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중·장기적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 접근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데도 유리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장기) 프로그램이 잘 준비된다면 우리가 요구하는 행위를 수혜국도 하게 된다”며 “그 프로그램이 수혜국의 경제발전과 식량생산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공여국이 원하는 수혜국의 행위를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은 직접지원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남북 간 교착 국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국제기구 800만 달러 지원은 바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 정부가 양자 방식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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