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북관련 ‘워킹그룹’ 설치··북한문제 속도조절용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31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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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실무협의체인 ‘워킹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미국 측이 대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 측에 본격적으로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명목상의 실무협의체를 두고 그간 북미관계에 비해 앞서가는 행보를 보인 우리 정부에 단속 장치를 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비건 대표는 사실상 한미 간 워킹 그룹 설치를 제안하기 위해 방한했을 확률이 높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대북정책 관련 논의를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지난 29일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대북 라인의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 것도 워킹 그룹 구성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임을 추론케 한다.

다만 청와대 측은 비건 대표와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워킹그룹과 관련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30일 정 실장과 비건 대표의 2시간가량의 면담에 대해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한미 간 상호 입장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양국 공조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한 것으로 평가했다”고만 밝힐 뿐 비공개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뒤늦게 미국 국무부의 발표로 워킹그룹 구성 소식이 알려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가 서로 조금 더 긴밀한 소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할까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에 대해서 우리 정부도 동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워킹 그룹의 화두는 소통”이라며 “남북 관계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워킹그룹을 설치했다는 것이 청와대와 외교부 측의 설명인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JSA비무장화에 이어 남북 철도연결 착공, 기업인 개성공단 방문,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럼에도 그 이상의 실무협의체를 미국 측이 요구한 데에는 사실상 우리의 대북정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연일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사업에 우려 목소리를 내왔다. 비건 대표가 방한하는 시점에 맞춰 국무부는 지난 5월 촬영한 북한 불법 유류 환적 현장 사진을 뒤늦게 공개하며 확고한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비건 대표가 지난 29일 외교부 청사에 들어가며 북한 지명이 표기된 지도를 언론에 노출한 것도 남북 경협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워킹그룹 설치 제안은 우리 정부의 대북 과속을 시스템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강한 경고장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내달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경협 속도에 제동을 걸어 북한의 진일보 된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 때문에 남북 양묘장 현대화 추진, 경의선 철도 연결 등 연내 목표로 하는 남북 사업에도 약간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김 대변인은 실무협의체의 구성과 관련 “구체적으로 어떻게 짜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무부에서 이번 워킹그룹은 비건 대표가 이끌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우리 측 카운터파트너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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