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우정’ 보여준 문재인·김정은…남북 정상 대화 새 역사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1일 07시 47분


전례 없는 밀착 행보…나란히 걸으며 눈빛 교환
北김정일 대역 두고 회담 연습했던 과거와 딴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우정을 나타내며 남북 정상 간 대화의 수준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단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20일 정상회담 기간 전례 없는 ‘밀착 행보’를 보였다. 2박3일 동안 두 정상이 함께한 일정만 해도 공항 환영식, 카퍼레이드, 백화원영빈관 숙소 안내, 1일 차 회담, 환영예술공연 관람, 환영연회, 2일 차 회담, 9월 평양공동선언 서명, 기자회견, 옥류관 오찬,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 대집단체조·예술공연 관람, 백두산 공동방문에 이른다.

두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담소나 눈빛을 나누는 시간도 많았다.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영빈관으로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때도 백두산에 올랐을 때도 두 정상은 나란히 걸으며 ‘친구’처럼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만남 때부터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구면’임을 재확인한 남북 정상은 특히 둘째 날 오전 ‘9월 평양공동선언’ 서명식을 가진 후에는 한층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남북 정상 내외의 백두산 방문과 케이블카 동승은 친교의 절정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공식 환영만찬 답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다정한 연인처럼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왔던 사이”라며 애틋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 역시 같은 날 환영사에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신뢰와 우의를 두터이 하고 역사적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며 “지난 몇 달을 보면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선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15만 관중에게 연설할 기회를 제공하고 평양 시민들에게 문 대통령을 직접 소개하며 치켜세운 것은 ‘신뢰’에 진정성을 더한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의 도보다리 독대와 5·26 정상회담을 거치며 신뢰를 쌓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제 신뢰를 ‘쌓는’ 단계를 넘어 구축된 신뢰를 토대로 ‘소통’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보도에서 “올해 들어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과 남의 최고 수뇌분들의 상봉과 회담은 불신과 논쟁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 신의와 협력으로 문제를 타결하는 새로운 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보고에서 “무엇보다 3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두 정상 간의 신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 방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 간 신뢰는 빠른 의사결정으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백두산 방문을 제안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김 위원장 역시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 문 대통령이 제안한 서울 방문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핵화 논의에서도 신뢰가 주효하게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문 대통령을 믿을 수 있어야 북미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문 대통령 입장에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시작 전인 지난 17일 “(비핵화) 부분은 실무적인 차원에서 사실 논의할 수 없는 의제고 논의해도 합의에 이를 수 없는 것이어서 두 정상간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냐에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아니면 구두합의가 이뤄져 발표될 수 있을지 이 모든 부분이 저희로서는 블랭크(빈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유관국 참관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이 두 정상이 빈칸에 써 내려간 답인 셈이다.

이렇듯 남북 정상이 공공연하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하는 것은 과거 우리 대통령이 북측 지도자에게 허를 찔리거나 신경전에서 지지 않기 위해 ‘대역’까지 쓰며 회담을 준비했던 것과 딴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의 심리를 수십 년간 연구한 북한 전문가를 김정일 위원장 대역으로 삼아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쌓고 있는 신뢰와 우정의 ‘전례’는 미래의 남북정상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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