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前 국립외교원장 “한국은 북핵 중재자 아닌 당사자… 압박 유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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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




“북핵 협상이 촉진되기 위해선 강력한 압박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가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하고, 남북 경제협력은 자제해야 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사진)은 2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제13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강력한 대북 압박이 최근 지지부진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은 “제재가 형해화(내용 없이 뼈대만 남은 상황)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북한에 전략적 손실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구조를 풀어놓으면 핵 문제 해결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원장은 ‘김정은, 핵 폐기 할 수 있나’란 주제의 이날 강좌에서 “결론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직 핵무기 폐기 결단을 내렸다고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앞서 9·19공동성명, 제네바 합의 등과 비교했을 때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윤 전 원장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을 좇아 경제 발전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에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베트남과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은 절대 권력의 유연함이라는 전제가 있다”면서 “권력 집중을 유연화하는 체제 전환 과정에 있어서 김정은이 절대 권력의 50%는 양보해야 베트남과 중국 모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북한이 ‘파키스탄식 전략’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해 핵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사례들을 북한이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새로운 관계’가 곧 전략적 관계를 의미한다고도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북한이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원하며 미국에 해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위협에 대해 미국의 대중 전략에 협력할 수 있다’는 카드로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는 천재일우를 만났다. 미중 대립이 심할수록 최후의 승자는 김정은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원장은 “핵 포기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북한이 하면 된다”며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와 같은 담론이 시장에 나오면 (비핵화에) 희망이 없다”고도 했다. 이어 “정부가 수도권을 방어할 미사일 방어막을 만드는 등 북한에 대해 실효성 있는 억지력을 갖는 식으로 여러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우연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윤덕민#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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