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하는 국회, 경제는 죽을 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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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일자리 만들 규제혁신법안
與, 시민단체 눈치… 野 나몰라라, 논의 한번 못하고 4개월째 표류
“정부도 반대측 설득 나서야” 지적

정부가 올 3월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 5개 법안을 만들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했지만 4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규제를 풀면 기득권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일부의 편협한 논리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논의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것이다.

이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꺼지고 수출 동력도 약화되는 등 경제는 고꾸라지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안,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특별법 개정안,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채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5개 법안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신산업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를 철폐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근거다. 지난 정부가 모든 사업을 우선 허용하고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추진한 점을 감안하면 규제와 관련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규제혁신 5법은 상임위에 회부됐을 뿐 개별 소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이렇게 경제 법안이 난맥상을 보이는 1차적인 책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지금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점을 감안하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나 몰라라’ 하는 자유한국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국회 파행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달 말 폐기됐다. 여야는 올 2월 근로시간 단축안 논의를 하면서 탄력근로제 개편을 협상하기로 해놓고도 정작 개편안 마련 시기를 2022년 말로 미뤘다. 가상통화 해킹 방지를 위한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안’도 올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공전으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미래 산업 관련 법안들은 시민단체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참여연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하는 산업자본의 지분을 늘려주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기업의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과도한 우려일 수 있지만 정부와 여당 누구도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는 “혁신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익집단을 설득하는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박성진 기자
#국회#경제#신산업 일자리#규제혁신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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