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작년 여름부터 ‘제한적 타격으로 北 겁주기’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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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낙마 파장]‘코피 터뜨리기 전략’ 논란 확산

“북한 입장에서도 ‘이건 전면전이 아니라 경고성 차원의 공격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게 때리는 걸 ‘매우 제한적인 타격(very limited strike)’이라고 표현하더라. 범죄자를 제압하거나 범행을 잠시 멈추게 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한 뒤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미국에 가보니 대북 군사전략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척돼 있었다”며 현지에서 학계 인사 및 당국자들과 나눈 대화를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소개했다.

특히나 ‘매우 제한적인 타격’ 방안은 ‘처음 들은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겁주기식 선제타격을 하는 동시에 전면전 확전은 피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겠다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이 이미 작년 11월부터 워싱턴 정가에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었던 것이다.


○ 맥매스터 “평화적 해결책 아닌 해결책에 전념”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달 31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북 ‘예방적 선제타격(use of preventive force)’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오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두 차례 벌인 7월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온 8월경이 군사적 대응 논거를 구상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지목된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해 여름에 제기됐던 해당 아이디어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태 전 공사가 지난해 11월 ‘매우 제한적인 타격’이라고 표현했던 미국의 초강경 대북 군사대응책은 12월 20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이틀 후 야후뉴스 보도에서 ‘코피 터뜨리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인 같은 달 19일 맥매스터 보좌관은 BBC 인터뷰에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우리는 ‘평화적 해결책’에 전념하지 않는다. ‘해결책’에 전념한다”고 강조했다. 문제 해결의 과정보다는 결과에 방점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올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북한의 전면적인 보복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선제타격을 가해 북한에 잘못된) 행동으로 지불해야 하는 높은 비용을 보여주려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 ‘코피 전략’ 대상은 어디?

‘코피 전략’의 구체적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20여 년간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하며 한국 담당 부국장을 맡았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코피 터뜨리기’ 입안자들이) 아직 정확한 타깃을 규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에)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 두세 개의 대상을 때릴지, 아니면 전면전 확전 가능성은 더 높지만 ICBM 무력화가 가능한 더 넓은 차원의 대상을 설정할지 (모르겠다)”며 논의의 큰 그림을 짚었다.

태 전 공사는 이 같은 제한적 선제타격이 비군사시설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해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나포된 뒤 북한에 전시돼 있는) 푸에블로호에 정밀 타격을 딱 때려서 순간에 박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높은 기술력으로 주변 인명피해도 내지 않고 북한이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푸에블로호는 법적으로 미국 재산이라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비교적 빈약해 공격 대상으로 언급됐다는 해석도 있다.

○ 美 “北 열병식 열리지 않길 바란다”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 백악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향후 군사 도발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미 국무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로 예정된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열리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공공외교정책 차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우리와 한국은 북한이 경기 참가를 위해 사람들을 보내기로 합의한 만큼 전 세계 나라들과 선수들을 축하하는 데 함께하길 바란다”며 열병식 개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골드스타인 차관은 올림픽 기간에 서울과 평창 등지에 외교안전 요원 약 100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한기재 record@donga.com·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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