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무사안일-탁상행정’ 언급하며 공직기강 고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文대통령, 장차관 워크숍]
“부처간 칸막이 없애고 소통”… 잇단 정책 혼선에 강한 질책
“세상 변하는데 과거방식 안바꿔… 원전 공론화처럼 공감 중요”
140여명 6시간 마라톤 회의… ‘대통령 직설’에 일부 장관 놀라기도

밀양 참사 희생자 추모 문재인 대통령 등 장차관 워크숍 참석자들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워크숍에 앞서 밀양 화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밀양 참사 희생자 추모 문재인 대통령 등 장차관 워크숍 참석자들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워크숍에 앞서 밀양 화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장차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혁신을 강조한 것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내 삶을 바꾸는 정책’이란 국정 기조를 제대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50%대로 가라앉은 첫 번째 요인이 가상통화, 평창 올림픽 단일팀, 최저임금 등을 둘러싼 각 부처 간 정책 혼선인 만큼,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모두가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부처 간에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靑, “더 이상의 혼선은 안 된다”

장차관 워크숍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은 시작 전부터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25일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의지가 있느냐”며 이례적으로 강한 질책을 한 탓에 관가에서는 “대통령이 또 한 번 질타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워크숍 시작 직후부터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특히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대목에서 일부 장관들은 메모하던 손을 멈추고 놀란 듯 문 대통령을 쳐다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이 워크숍에서 정책 혼선을 질타한 것은 각 부처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청와대는 방과 후 영어 교육 금지 번복,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논란 등 새해 들어 연이어 불거진 정책 혼선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런 혼선이 장기화될 경우 지지율은 물론이고 향후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본 청와대는 이날 워크숍을 통해 정부의 ‘단일 목소리’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았듯이 정책의 옳고 그름에 앞서 추진 과정에서 공감을 얻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 것도 향후 주요 정책도 원전 공론화처럼 세련되게 풀어 보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장 중심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등을 두고 정부가 시장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현장 행보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 “복지부동, 무사안일 안 돼” 경고 날린 文

문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공직사회의 정책 추진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정책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행만 뒤쫓는 ‘복지부동’,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무사안일’을 관가의 3대 적폐로 꼽으면서 대대적인 정부 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토론에선 장차관들의 발언도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는 데 집중됐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차관들이 발언 기회를 많이 받았다”며 “관(官) 주도의 정책 추진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후 워크숍에선 주로 듣기만 했던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혁신의 가장 큰 적은 과거에 해 왔던 방식, 또는 선례”라며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는 과거에 해 왔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문 대통령은 발언 막바지에 “혁신과제로 한 가지 더 얘기하겠다”며 검찰 성추행 사건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공직사회의 성범죄 근절과 함께 폐쇄적인 검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18명의 장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56명 등 1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마라톤회의로 진행됐다. 워크숍 말미엔 도시락이 들어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대통령#청와대#장차관#워크숍#공직기강#탁상행정#혁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37

추천 많은 댓글

  • 2018-01-31 05:27:17

    말로만 하면 무엇하나? 실천이 중요하지 야당 당수노릇할때는 말로만 해도 됐지만 행정은 말 만으로는 안 될걸? 제천 ,밀양 참사 소방시설법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그려 국회법사위에 제출된 소방시설법 잘살피시고 건물주 셀프점검 무엇인지 알고나계신지 궁금하구려

  • 2018-01-31 07:08:30

    정권과 함께 모든 기조가,심지어 부처명과 기구가 바뀌는데 낸들 영혼을 유지할 수 있나? 일개 회사를 그렇게하면 바로 망한다. 누가 지켜야할 기본과 원칙과 영혼까지 흔들었나? 이젠 거대한 나라다.혁신,개혁 넘쳐났었다,위험스런!.개악 아닌 개선(reform)으로 족하다.

  • 2018-01-31 10:56:59

    대가리에 든게 없어 구체적인 지시는 못내리고 지럴만 ㅋㅋㅋ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