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쏴도 시진핑 “변함없는 이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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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다음날 반기문 면담서 밝혀 “대문에 불나면 집 위험” 北 감싸기
潘 “中역할 중요, 압박외 방법 없다”
文대통령 13일 방중, 14일 정상회담… 習 첫날 베이징 비워 외교결례 논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북한 김정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직후 “북한과의 협력관계가 변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이웃국가임에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맹(血盟) 대신 ‘이웃국가’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릴 수준의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질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보단 이른바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 훈련 동시 중단)’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불가 등 이른바 ‘3NO’ 원칙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하지 않고 각국 언론에만 발표할 예정이다.

12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전직 국가원수들의 모임인 ‘마드리드 클럽’ 회원들을 면담했다. 마드리드 클럽 회장인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라트비아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면담에서 “한중 정상이 북핵 공통 전략을 도출하길 희망한다”며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 주석의 노력을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경우 최대 압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인 만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면서도 ‘대문에 불이 나면 집이 위험해진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고, 혼란도 안 된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으로 인한 갈등이 군사적 충돌 등 혼란으로 비화해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건 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첫날인 13일 ‘난징(南京)대학살’ 사건 제8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빈이 입국하는 날 초청자인 시 주석이 수도인 베이징을 비우는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첫날 동포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둘째 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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