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를린구상 5일만에 “한미연합훈련 중단” 역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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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련기관지 조선신보 통해 첫 반응
“美와 훈련 중지할 결단 내릴수있나”… 南이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 던져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제안에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제안”이라고 첫 반응을 내놨다. 정부의 각종 대화 제의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중단할 수 있겠느냐”는 역제안을 내놨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남조선의 현 집권자는 도이칠란트를 행각(방문)하여 베를린에서 ‘대북제안’을 담은 연설을 했는데 이것 또한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나온 지 5일 만에 북이 화답한 것이다.

조선신보는 “북측은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격화의 주된 요인인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할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라고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8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콕 집어 언급했다. 정부가 민간 교류와 같이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은 “군사적 양보 먼저”라고 답한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동문서답’ ‘성동격서’ 같은 첫 반응을 보임으로써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이라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를 일찌감치 던져 대화의 판을 깨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관심은 정부가 군사적 문제에 어떻게 답할지에 쏠린다.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은 12일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가 아닌 총련의 기관지를 통한 ‘떠보기’에는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한 ‘정전협정 64주년’(7월 27일)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고, 을지프리덤가디언도 코앞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의 최대 관심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라며 “정전협정일(27일)까지 북한이 별다른 공격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미가 훈련기간을 축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북에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고 11일 토로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주도권론’을 살리기 위해 군사적 양보 제스처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주도권론의 가장 기본이 바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협력이며, 이것 없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베를린구상#한미연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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