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드 불투명성’ 부각… 국회 논의-환경평가 기정사실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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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고 누락 논란]문재인 대통령 ‘진상조사 카드’ 의도는

곤혹스러운 韓국방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사드 장비 반입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곤혹스러운 韓국방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사드 장비 반입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 조사 하루 만인 31일 청와대가 ‘의도적 보고 누락’이라는 결론을 공개한 것은 ‘정국 반전용’ 카드라는 의혹을 차단하는 동시에 사드 국회 비준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드 배치 공론화 과정은 물론 향후 민감한 안보 협상에 대비한 지렛대를 마련하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면담을 갖고 사드 추가 반입 진상 조사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은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다. 미국 유력 정치인에게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선거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발표 직전까지 사드 배치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한국 국민은 사드가 효용이 있는 것인지, 비용 분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진상 조사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회 논의 이전에 거쳐야 할 것이 환경영향평가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라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사드 발사대 6대를 국내에 반입해 배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직후 미국의 유력 정치인을 만나 직접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번 기회에 사드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사드 공론화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보수 진영 야당에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해진 국면에서 미국에 선제적으로 사드 공약 이행에 대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전임 정부의 사드 반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밝혀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협상은 물론 국회 협의 과정에서 유리한 상황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진상 조사를 하면서 사드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국방부의 ‘비밀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드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장이 임명된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에 이 내용을 누락 보고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사드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추가 반입 사실은)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사드와 관련한 정부의 결정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여론의 찬반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드 진상 조사 과정은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된 ‘돈 봉투 만찬’ 파문과도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검찰과 국방 분야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확고한 개혁 의지를 강조했던 부문이다. 개혁을 위한 명분이 필요한 시점에서 검찰과 국방부가 먼저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뒤 청와대가 시간을 두고 기다렸는데도 자발적인 후속 조치가 없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 맡기지 않고 민정수석실이 직접 진상 조사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새 정부에선 두 분야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사드#청와대#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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