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잠’ 작가 “인격살인? 악의적 확대해석…표창원 가족 누드, 인신공격성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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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25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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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회원, 문제 그림 떼어내 내동댕이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풍자한 그림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기획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된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24일 60대 남성이 문제의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  내동댕이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보수단체 회원, 문제 그림 떼어내 내동댕이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풍자한 그림이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기획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된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24일 60대 남성이 문제의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 내동댕이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 ‘더러운 잠’의 이구영 작가는 25일 “‘인격살인’, ‘테러’ 주장은 악의적인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장소에 대한 성역화’”라고 일축했다.

이 작가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이라든가 공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 특히 대통령은 굉장히 많이 패러디·풍자의 대상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는 “대통령 같은 경우 당연히 풍자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 얼마든지 수용을 하는 나라가 많다”며 “‘풍자 예술’ 범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성 폄훼 논란에 대해 “여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을 하고 남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하고 그런 건 아니다”라며 여성 폄훼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 걸리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 아닌 정치가 된다’는 등 전시 장소의 부적절성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의사당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거기에서 어떤 예술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옳지 않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적법한 대관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 공간에 대한 이용,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협의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작품은 되고 어떤 작품은 안 된다는 건 또 다른 어떤 ‘장소에 대한 성역화’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국회 의원회관이라고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정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작가는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게 있는 거 같다. 그렇게 보는 시선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러운 잠’ 등이 전시된 ‘곧, 바이!(soon bye)’를 기획해 맹비난에 휩싸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표 의원은 사전에 어떤 작품이 걸리는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들, 참여하는 작가들이 고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표 의원이 미리 사전에 검수를 한다거나 확인을 한다거나 그런 과정은 없었다”며 “(전시회)오픈을 하고 작품이 벽면에 걸리고 그때 확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러운 잠’ 전시 소식이 알려진 후 한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표 의원의 가족 얼굴과 누드 그림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온 것에 대해서는 “올바른 풍자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은 풍자의 대상이 대통령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국가를 굉장히 위태롭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여성이나 남성을 떠나서 공적인 역할을 해야 될 분, 국가의 수반인 분이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적절한 대답도 없다. 그래서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표창원 의원의 가족을 그런 식으로 악의적으로 풍자의 대상으로 넣는다면 그건 의도나 이러한 것들이 어떤 인신공격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풍자”라고 꼬집었다.

‘더러운 잠’ 작품은 24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일부 회원들에 의해 전시회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짓밟히는 등 파손됐다.

이 작가는 “31일까지 전시를 해야 되는데 전시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다른 공간을 구해 전시를 오늘(25일)부터 재개한다”고 말했다.

‘곧, 바이!’ 작가들은 훼손된 그림은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하고, 나머지 그림은 모두 철거했다. 이들은 작품을 훼손한 데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대학로에서 전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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