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최원목]공직자의 자부심 회복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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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순실 사태 이후 회복돼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공직의 자부심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민간부문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공직의 매력도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자부심은 한국적 선비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비선 실세의 사익 추구에 동원된 공무원들, 그 과정에서 거치적거리는 공무원들을 내쳐버린 대통령, 그도 모자라 비선 실세 심복들을 책임 공무원 자리에 앉혀버린 파렴치함, 이 모든 과정을 당한 공무원들과 이를 지켜본 동료들이 겪었을 정신적 트라우마.

 통일 대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타결,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문화융성, 창조 중소기업 해외 진출 등이 ‘VIP(대통령) 관심사항’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공직사회에서 이에 반하는 어떠한 논의도 금기시됐다. 그렇게 주요 정책들이 사익 추구자들에 의해 상의하달식으로 결정됐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모인 공무원 집단을 영혼 없는 집사 수준으로 철저히 전락시킨 것이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는 대책 없는 상태로 빠진 지 오래고, 중국이 작심하고 휘두르는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방안도 없다. 시민단체의 소녀상 재설치와 일본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 로드맵도 없다.

 2014년 대통령 방중 일정에 맞추어 서둘러 타결한 한중 FTA의 1년 차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FTA 혜택 품목 수출이 외려 4% 감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 보복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대통령 관심이나 지시가 없는 현안들에 눈길을 주지 않는 관성이 공직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공직의 자부심 회복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를 무너뜨린 집단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 보상이 필요하다.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에 밀려오는 정책 현안들에 대해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우리 공직사회의 위상과 기능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정부 부처의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하여 전문적이고 하의상달형의 정책이 수립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이러한 숙제에 대한 해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순실#북한 핵문제#fta#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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