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승희]줄기세포 화장품의 허와 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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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강스템바이오텍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연구부소장
이승희 강스템바이오텍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연구부소장
 최근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줄기세포와 관련된 산업이 마치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것으로 비치고 있어 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 조직을 재생시키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세포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난치병 치료의 희망’이라 불리며 이를 활용한 연구 역시 활발하다. 줄기세포는 태아의 수정란을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인의 지방, 골수, 혈액 등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이 높은 반면 윤리적 이슈와 안전성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국내에서도 아직까지는 치료제나 미용 목적으로 허가된 바가 없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윤리적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허가를 받은 후 치료제나 미용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줄기세포’로 검색하면 치료제뿐 아니라 다양한 ‘줄기세포 화장품’도 확인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줄기세포 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지 않으며, 국내 규제에 따르면 들어가서도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줄기세포 화장품’ 대신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이라고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줄기세포 배양액’ 대신 ‘줄기세포’를 강조하는 것은 줄기세포 배양액이 함유되었다고 하면 줄기세포 화장품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아니라 업계 스스로가 줄기세포 배양액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일 수 있다.

 줄기세포를 배양했던 배양액 자체에서도 피부미용 유효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은 해외의 저명한 과학저널에 실릴 정도로 이미 확인된 사항이다. 줄기세포의 미용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화장품도 의약품처럼 대하는 코스메슈티컬 시대다.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이야말로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코스메슈티컬 트렌드의 핵심 분야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지식에 기반하지 않은 헛된 기대감과 맹목적 비판을 반복하며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현명한 소비문화로 가능성을 활짝 펼쳐나가는 화장품 업계가 되기를 바란다.

이승희 강스템바이오텍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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