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기문 향해 “말년 험하게…” 협박한 국정원 출신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0시 00분


코멘트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의 팟캐스트인 ‘서당캐’에 출연해 내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말년 험하게 되고 싶지 않으시면 명예를 지키는 게…괜히 저를 나쁜 놈 만들지 마시고…전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폭의 협박성 발언처럼 들린다.

 김 의원은 국정원에서 인사처장을 지내는 등 20년간 인사 관련 업무를 다뤘기에 국내 주요 인사들에 대한 많은 비밀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직원법은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반할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이 함부로 누설했다간 국회의원직을 잃게 되는 법적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법 위반 여부를 떠나 국가의 재산인 정보를 사적으로, 그것도 사악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공직 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의원은 4·13총선 당시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된 ‘문재인 키즈’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저보고 알아주는 문빠라고 그러는데,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그를 발탁한 것은 대선을 염두에 둔, 정보맨으로서의 활용 가치 때문일 것이다. 김 의원의 반 총장 관련 발언도 결국 그에 대한 보답 아니겠는가. 최근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문 전 대표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서자 여기저기서 검증을 명분으로 금품 수수와 가족 관련 숱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 직원은 뜨거운 애국심과 열정으로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을 최우선 임무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정치로부터 초연해야 한다. 현직 직원의 정치 개입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퇴직 직원의 정치권 진출도 제도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 국정원 출신을 마구잡이로 발탁하고 국정원 출신이 특정 정치세력의 ‘사냥개’ 노릇을 한다면 정보기관의 정치 오염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반기문#국정원#김병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