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김일성시대 ‘국가운영 시스템 따라하기’ 의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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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 하반기 4대 근로단체 대회를 30여 년 만에 잇따라 개최했다. 선군정치에 밀려 오랫동안 방치됐던 노동당 외곽단체를 강화해 김정은의 지배 체제를 보다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하 농근맹)' 8차 대회 개최를 맞아 특집면을 통해 각지 농업분야 성과를 소개했다. 농근맹은 협동농장원과 국영 목장, 농촌에서 직접 복무하는 기관·기업소(공장)의 노동자 및 사무원 중 노동당원이 아닌 만 30세 이상 주민이 가입하는 단체로 회원수가 약 13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8월에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 대회를, 10월에는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맹)' 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11월엔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대회를 개최했다. 청년동맹과 직맹 대회는 35년 만에, 여맹 대회는 33년 만에, 농근맹 대회는 34년 만에 개최된 것이다.

4대 근로단체에는 노동당원과 15세 미만 어린이를 제외한 북한 전체 주민이 가입돼 있지만 1980년대 초반 각 단체별로 대회를 개최한 뒤 지금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북한은 4대 근로단체 대회를 열어 김정은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한편 김정은 시대에 맞추어 조직 기구도 효율적으로 개편시키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대회가 끝날 때마다 근로단체 명칭도 바뀐 것이다.

청년동맹은 대회를 마친 뒤 단체 명칭을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변경했고, 여맹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바꾸었다. 직맹만 명칭 변경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농근맹 대회가 끝난 뒤 단체 명칭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김정은이 최근 노동당 외곽 단체 조직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 시대로 복귀해 당과 국가 운영을 정상화하기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 노동당 대회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청년동맹, 직맹, 여맹, 농근맹 순으로 대회를 열고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달성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김정일 시대에 완전히 무너졌다. 당 대회조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최근 몇 달 새 근로단체 대회가 잇따라 열린 것은 김정일 사망 5주년을 맞아 북한 주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 국가운영 시스템을 다시 복원해 김정은의 통치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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