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회담·당론 뒤집은 ‘추미애 민주당’ 정국수습 능력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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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열려던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자회담이 추 대표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됐다. 당초 야권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대통령 2선 후퇴 등의 조건을 걸어 거부했으나 추 대표가 어제 오전 양자회담을 역제안해 회담이 성사되는 듯했다. 그런데 당일 저녁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2선 후퇴’였던 당론을 ‘대통령 퇴진’으로 바꾸고 만장일치로 회담 철회를 결정하자 추 대표가 손을 들었다. 제1야당 대표란 사람이 깜도 안 되는 리더십을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여야 합의도 다수의 힘으로 깨곤 했던 이 당의 구태(舊態)가 재연됐다.

 추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회담 추진 배경을 설명했으나 당내 동의도 얻지 못했다. 당원들이 대표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대통령과 회담을 제의했는데 퇴진 당론을 채택해 회담의 여지를 막아버렸겠는가. 민주당은 당초 ‘거국내각’을 내세웠다가 새누리당이 수용하자 다른 조건을 붙이는 등 그동안 수차례 후퇴를 거듭했다. 정국을 수습할 능력이 없음이 입증된 것이다.

 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지원을 받아 대표직에 오른 추 대표가 불안한 리더십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당내 교감도 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자로 만들 정도”라고 주장하더니 올해 당권에 도전할 때는 자신은 탄핵에 반대했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긍정적이었다고 주장해 김 대표로부터 “비정상적 정신상태가 우려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국정을 넘겨준 대통령에 이런 제1야당 대표가 만난들 정국수습 해법이 나올 리 없다.

 광장에 나가서 하야를 외치는 시민 못지않게 많은 국민은 현 국정공백 상황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정국 수습의 여지는 좁아졌다. 야당도 초헌법적인 퇴진을 주장하려면 먼저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 순리(順理)다.

 야당에선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부결을 우려해 탄핵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권위와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터에 부결을 예단하는 것은 단견(短見)이다. 또 탄핵 심판 결정까지 8∼9개월 걸린다고 주장하지만 2004년 당시 추 대표가 참여했던 노 대통령 탄핵도 3월 9일 국회 발의에서 5월 14일 헌재 기각 결정까지 고작 두 달여가 걸렸을 뿐이다. 야당 주장대로 대통령을 ‘질서 있게 퇴진’시키려면 헌법을 따르면 된다.
#박근혜#추미애#영수회담#민주당#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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