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사정권보다 졸렬한 박근혜 정부의 정경유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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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독려한 정황에 대해 집중 조사에 나선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만날 때 부두목과 같이 만났다”고 주장했다. ‘부두목’ 의혹을 받은 당시 경제부총리 최경환 의원은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청와대-재벌 독대설’을 폭로했을 때도 청와대는 부인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까지 비선 실세의 사적(私的) 이익에 동원된 총체적 비리 공화국이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말고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으로부터 자금 지원 압박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최 씨가 실소유한 코레스포츠에 35억 원을 송금했고, 롯데는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으로 70억 원을 냈다가 돌려받았다. 최 씨 측은 포스코에 50억∼60억 원, SK그룹에는 80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모두 검찰 수사나 지배구조, 총수 사면 문제 등이 걸려 있던 기업들이다. 사정기관을 총괄했던 우병우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최 씨 측에 이런 정보를 주었다면 ‘최순실 국정 농단’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순응한 것은 그만한 약점이 있거나 대가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보다 더 졸렬한 형태의 정경유착”이라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기업이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라 정경유착의 공범이라는 지적으로 들린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벌을 키워줬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로부터 대가를 받아도 된다고 여겼다면 더욱 졸렬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내놓은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절대부패 국가 기준인 50점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내년 평가에선 어디까지 떨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2013년 말에는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이 ‘대통령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좌파 영화 딱지가 붙은 ‘광해’나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희화화한 ‘여의도 텔레토비’ 등을 CJ 계열사가 만든 것이 이유라고 한다.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사기업 오너를 갈아 치운 것이 같은 이유로 재계 서열 7위였던 국제그룹을 공중분해한 전두환 신군부정권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박근혜#대통령#미르 k스포츠재단#최경환#정경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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