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받은뒤 수사팀과 점심… 대검, 석달前 알고도 뒷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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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 파문

김형준 부장검사와 그의 고교 동창인 게임업체 대표 김모 씨 간의 향응 및 접대 의혹은 ‘장기간 친목관계로 얽힌 스폰서 스캔들’의 성격이 짙다. 수배 중이던 김 씨가 5일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대검찰청 감찰과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6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이자 사법연수원 동기 내 선두 주자로 꼽힌다. 법무부는 현재 예금보험공사 파견된 김 부장검사를 6일 서울고검으로 징계 성격의 전보인사 발령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잦은 술자리, 식사 자리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30년 지기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김 씨가 올해 4월 15일 횡령 및 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되면서부터다. 김 씨는 회삿돈 15억 원을 빼돌리고 거래처에 50억 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고소되자 김 부장검사에게 손을 써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 3월경 밀린 술 외상값 등의 명목으로 급전 1500만 원을 김 씨에게서 빌린 것이 화근이 될까 봐 4월 18일 친분 있는 A 변호사를 통해 급히 갚았다. 김 씨는 돌려받은 1500만 원을 A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사로 선임하는 비용으로 썼다가 다시 반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주말 대검 감찰본부에 출석해 돈을 갚는 과정에 제3자가 있었다는 점과 금융자료 등 소명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김 부장검사가 술집에서 찍힌 사진을 무기로 그가 스폰서를 받은 사실 등을 알리겠다며 김 부장검사를 협박해 김 부장검사가 1500만 원을 갚을 때쯤 웃돈으로 1000만 원을, 또 이달 초 추가로 2000만 원을 건네받았다고 김 부장검사의 지인은 전했다. 김 씨는 김 부장검사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사실로 확인되면 동석자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개인적인 금전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김 부장검사가 피의자와 돈거래를 했다는 점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검찰 안팎에선 보고 있다. 범죄 전력으로 몇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과 지속적으로 교분을 맺어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씨에게서 1500만 원을 빌릴 때 술집 종업원과 A 변호사의 부인 계좌로 받은 점, 돈의 용처에 대해 “개인 사정이 있었다”며 얼버무린 점도 석연치 않다.

김 씨는 도피 중 일부 언론사를 접촉해 김 부장검사가 수사팀 검사를 직접 만나고,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들을 모아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자체 조사에서 청탁이 오간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가 사건 이후 6월경 수사라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 부장검사와 개별적인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난다면 수사라인에 대한 줄징계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장검사는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는 수사 검사 등과 의례적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부적절한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개혁안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김 부장검사 의혹이 터지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이후 발생한 현직 검사의 비리여서 과거에 일어난 진경준 전 검사장이나 홍만표 변호사 사건보다 검찰 조직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크다.

늑장 감찰 논란도 불거졌다. 대검찰청은 5월 중순 서울서부지검에서 김 부장검사가 연루된 의혹을 처음 보고받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지만 이달 2일 추가 보고가 올라오기까지 감찰에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 대검은 “2일 추가 보고 이후 즉시 감찰에 착수했다”는 입장이고,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 씨를 체포한 뒤에 심층 조사하려 했다. 감찰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수사 논리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서로 공을 떠넘겨 공백이 발생한 것이어서 안이한 대응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서부지검이 최초로 보고한 시기가 홍 변호사와 진 전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커지던 시기였다는 점에 비춰 검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해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검은 최근 간부급 검사의 비리를 상시 감찰하겠다며 특별감찰단 신설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 비위 의혹에 대한 늑장·부실 감찰 논란으로 검찰의 ‘셀프 개혁안’의 빛이 바래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
#대검#스폰서#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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