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성폭행이라는 말 없다”…탈북민이 밝힌 북한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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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12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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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들어본 적 없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는 12일 탈북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내에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자리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무산 출신 탈북민 장 씨는 “북한에는 보안원들이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며 “여성들에게 줄 것이 없으면 몸이라도 달라는 농담 섞인 말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원들이) 젊은 여성들을 사무실로 불러내 가슴도 만지고 음흉한 행동을 해도 여성들은 항거를 하지 못한다”면서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을 고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변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씨는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들어본 적 없다”는 말을 했다. 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어 장 씨는 “어떤 행동이 성추행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적수치심을 당해도 대처할 방도가 없다”며 “괜히 주변에 말했다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니 그런 일도 생겼다는 의심을 받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또 탈북 전 서비차(개인이 운영하는 버스)에서 군인이 여성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당시 피해 여성이 소리를 지르자 여성을 괴롭히던 군인이 도리어 욕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근처에 있던 다른 군인들까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함흥 출신의 또 다른 탈북민 박옥경 씨는 남한 정착 초기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성추행을 당하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서 “북한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한정착 2년이 가까워지는 지금은 성추행에 굉장히 예민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1946년에 남녀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북조선의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했다. 하지만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에 이 법령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 같은 증언 외에 지난 3월에는 탈북여성 287명으로 구성된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북한 여성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북한에는 여자는 없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에서 진행됐던 기자회견에서 열차 승무원 출신 김은미 씨는 “열차에서 군인들이 여자 승무원을 성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증언했다.

북한군 간호사 출신 최수향 씨도 “군 간부가 여성 분대장을 늦은 밤에 부르곤 했다”며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한 여성 분대장이 불명예제대를 한 뒤 자살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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