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규 과잉 규제” 34%… 정치인 규제 부활엔 소극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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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6>20대 의원 144명 긴급설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3월 3일 19대 국회 본회의장. 당시 정무위원회 간사였던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표결에 앞서 “대상자에 있어서 고위 공직자·공무원·민간인을 포함하고 부정 청탁, 금품 수수, 이해 상충이라는 3개의 다른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서 입법례가 없는 포괄적 입법”이라고 하면서도 ‘개혁’을 내세워 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날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228명이 찬성했고 4명만 반대했다.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20대 국회에선 보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국회의원 “과잉 입법 보완 필요” 공감

11일 동아일보의 국회의원 대상 ‘김영란법’ 긴급 설문조사에서 의원들은 보완 입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항목 중 ‘의례적인 사회 상규까지 포괄적 규제’(3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법 적용 대상을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한 부분(22.6%)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선 소극적이었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한 이해 충돌 방지 조항 삭제, 부정 청탁 유형에서 국회의원의 제3자 민원 전달 행위 예외 인정 등의 항목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17.4%, 14.2%에 그쳤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당초 법의 취지는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통해 공직자의 부패 고리를 끊자는 것”이라며 “해당 조항이 빠진 채 민간으로 대상이 확대된 것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37.5%)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32.6%)을 다소 앞섰다. 다만 정부의 주장처럼 장기적으로는 투명성이 높아져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별도 의견을 밝힌 의원도 있었다.

반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항목을 선택한 응답자가 51.4%나 됐다. 의정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이 정치 개혁을 촉진할 것(34%)이라고 보는 의원도 많았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시행령 가액 기준에 대해서는 ‘현실을 감안해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60.4%)이 ‘적절하다’는 의견(33.3%)의 2배 가까이 됐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원은 각각 73.9%, 68.2%가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절하다’는 응답이 46.9%로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42.9%)는 응답보다 약간 많았다.
○ 김영란법 개정안 속속 발의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할 경우’ 부정 청탁의 예외로 인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 등 13명은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금품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맞서 농축수산물 업계는 품질 고급화 전략을 취해 왔는데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앞서 같은 당 강석호 의원은 명절에만 농축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9월 시행 전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행 전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A 의원은 “김영란법=반부패라는 인식 아래서 선뜻 개정에 나서려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르면 8월 논의될 수 있지만 예산 심사가 늦어지면 지연될 수 있다”며 “찬반이 워낙 팽팽해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아연 기자
강주헌 인턴기자 한양대 행정학 4학년
한미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 4학년

● 자문단 명단 (가나다순)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호상 국립극장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완 대진여고 교사,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란법#설문조사#부정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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