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에… 1987년 대선 ‘구로구 투표함’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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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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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부정선거 의혹에 시민들이 지켜… 선관위 7월 14일 개표, 진실 밝히기로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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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사의 ‘미완의 숙제’가 풀리게 됐다.

한국정치학회(회장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다음 달 14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29년간 봉인된 ‘구로구 투표함’(사진)을 열어 개표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내년 1987년 민주화운동 30주년에 앞서 부정선거 의혹의 진위를 밝혀내기로 한 것이다.

구로구 투표함 사건은 13대 대통령선거 투표 당일인 1987년 12월 16일 오전 11시 30분경 발생했다. 서울 구로을 선관위원들은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들고 투표장인 구로구청을 나서려고 했다. 투표함에는 유권자 4325명(선관위 추정)이 행사한 표가 담겨 있었다. 이때 투표 상황을 감시하러 나온 시민들이 몰려 “부정투표함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투표시간에 투표함을 옮겼다는 이유에서다.

‘부정투표’ 소문이 퍼지자 야당 당원들까지 가세해 구로구청에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구로을 선관위 사무소를 점거하고 선거 관련 서류들을 불태웠다. 선관위 점거 44시간이 지난 18일 오전에야 경찰이 투입돼 투표함은 다시 선관위로 넘겨졌다. 당시 선관위는 이 투표함을 무효 처리했다. 선거 관련 서류가 사라진 데다 당선된 노태우 후보와 2위 김영삼 후보의 득표 차이가 194만여 표에 달해 구로구 투표함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커졌다. 야당은 선관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듬해 국회에선 선거부정조사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 수사나 국회 조사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이 사건으로 구속된 3명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선관위는 “투표함 탈취는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29년간 개봉되지 못한 구로구 투표함은 현재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구로구투표함#부정선거#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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