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머니만 털어” vs “물 사먹듯 공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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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 시끌]‘현실론’ 對 ‘환경론’ 충돌

“중국에는 입도 뻥끗 못 하면서 서민 월급만 터는 책상머리 정책은 이제 그만.”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차원에서 추진했던 경유값 인상안을 놓고 연일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에선 정부 정책을 성토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비용을 더 내고라도 이참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519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74.9%(매우 불만족 35.4%, 만족하지 못하는 편 39.5%)에 달했다. ‘만족스럽다’는 응답(15.9%)의 5배에 가깝다. 정부 당국자는 “미세먼지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 여론을 따라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 온 것인데 먹고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가 미세먼지 주의보 기준의 25배나 된다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직화구이와 숯가마의 미세먼지 배출 규제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환경부 공무원들, 고등어 먹기만 해 봐라”라는 감정적 반응까지 나왔다.

반면 환경을 앞세우는 쪽은 “깨끗한 공기를 위해선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깨끗한 물도 사 먹어야 하듯 깨끗한 공기도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세걸 사무처장도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며 이를 규제할 가장 유력한 수단이 가격 조정인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서민의 생계나 추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저공해 친환경 차량’이라며 경유차에 각종 혜택을 주다가 갑자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 정책이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최신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논란을 확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규제책을 말하기에 앞서 미세먼지와 직화구이 연기에 대한 위험성을 공유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여론을 모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이지은 기자
#미세먼지#중국#정부#서민#환경론#현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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