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기 전당대회 결정한 與, 쇄신보다 안정이 그리 급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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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두 번째 당선자 총회를 열고 7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4·13총선 참패 이후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해 비대위가 관리하는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자고 한 친박(친박근혜)계, 외부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체질을 전면 쇄신하자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주장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의 안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당대회 시점은 7월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준을 정했고 나머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당의 체질을 바꾸는 쇄신 작업을 마친 뒤 전당대회까지 준비하기엔 일정이 너무 촉박하므로 비대위는 결국 전당대회 준비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그렇게 깨지고도 새누리당이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당선자들의 인식과 판단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하기야 당선자의 과반이 친박계니 놀랄 일도 아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특강에서 “선거 때는 안 하던 예쁜 짓도 하는데 그야말로 미운 짓만 했다”며 “(새누리당은)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당내 세력 재편을 위한 선거였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또 “사회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 조선 말 세도정치였다. 우리가 세도정치가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하듯, 후손들이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가 마이크를 놓자마자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범친박계가 유권자의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당권을 잡겠다는 욕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결정한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여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3당 국민의당은 차츰 수권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구조조정’을, 국민의당은 ‘교육개혁’을 어젠다로 선점했다. 2004년 천막당사 이전에서 보듯 집권 전 박근혜 대통령은 당이 흔들릴 때마다 혁신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이후 박 대통령과 친박은 ‘혁신 DNA’를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시 보여준 쇄신의 몸짓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 쇼였단 말인가.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 뒤에도 쇄신을 거부한다면 ‘보수정권 10년’도 자신들이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비판한 것처럼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전당대회#정진석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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