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참배한 김종인 “민주화운동 사고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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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비대위 첫날 ‘脫이념’ 행보

이승만 묘역의 김종인 “참배 당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선대위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승만 묘역의 김종인 “참배 당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선대위원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권을 장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이 과감한 ‘우(右)클릭’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본격적인 공천 국면에 들어가면 당 정체성을 놓고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8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김영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 박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자기가 건국하면서 만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파괴한 만큼 그걸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위원장의 ‘국부(國父)’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배에 당 지도부도 함께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와 표창원 비대위원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현충탑에서만 분향했고, 이철희 선대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까지만 동행했다. 더민주당 대표가 이,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지난해 문재인 당시 대표 이후 두 번째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참배는 더 이상 이념 대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념적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참배 후 첫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당만 들여다봐도 아직도 과거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다 돼 가는데도 행동반경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민이 가려워하는 것, 바라는 것을 알아내 ‘저 당을 믿고 따라가면 문제를 해결해 주겠구나’라는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지난 행태를 보면 정치인들이 자기 위치를 확보하는 데만 혈안이 돼서 싸운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86세대·친노(친노무현)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탈(脫)이념’ 행보는 이번 총선 공천에도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정체성’이 공천의 제1 기준이었다. 한 당직자는 “이번에는 ‘정체성’이 공천 탈락의 제1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86세대·친노 의원들은 관망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지난해 문 전 대표의 이,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유대인이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던 정청래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참배에 대해선 침묵했다. 한 86세대 의원은 “당이 비상상황이라 (김 위원장이) 전권을 쥐었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모든 기조를 바꾸는 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공천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전날 자신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에 대해 “광주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던 김 위원장은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는다. 김성수 대변인은 “김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31일에는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것”이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김종인#이승만#박정희#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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