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들 누리예산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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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여론에… 서울시의회 더민주, 누리예산 찬성 힘실려
‘두달치 편성 연기’ 다음날 의원 73명 전수조사해보니

《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연기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27일 동아일보가 더민주당 의원 73명 중 연락이 닿은 65명에게 물은 결과 유치원 예산 2개월분 편성에 찬성하는 의원이 더 많았다. “전체 의견에 따르겠다”는 중립적 의견을 더하면 사실상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찬성 측은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한 반면에 반대 측은 “대통령의 정당성만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
“유치원 종사자들이 너무 어려워하니 우선 두 달분이라도 편성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27일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A 의원은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 편성이 보류된 것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A 의원뿐 아니라 상당수 더민주당 의원들이 비슷한 의견을 냈다. 예산 편성이 연기돼 유치원 운영자와 종사자, 학부모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더민주당 내부에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27일 서울시의회 더민주당 의원 73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65명)의 40%(26명)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개월분 편성에 찬성했다. “절대 편성하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의원은 35%(23명)였다.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조금 더 많았다. 하지만 “총회의 결과를 기다리겠다” “전체의 뜻에 따르겠다”는 중립적 의견이 14%(9명)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반대 의견이 많았던 전날 의총 때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찬성 의견을 밝힌 더민주당 의원들은 누리과정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의 고통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기만 의원은 “관내 현장에서 누리과정 예산 중단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며 “현장이 아우성이니 우선 두 달 치라도 편성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율 의원은 “학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찬성하는 의원들 중에는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예산도 함께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흥순 의원은 “형편이 어려운 집은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을 많이 보내는 만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두 달 치를 함께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에 화살을 돌리며 예산 편성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해마다 이어지는 누리과정 파행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권미경 의원은 “일시적으로 예산을 긴급 편성해 급한 불을 끄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우창윤 의원은 “누리과정은 교육과정이 아니므로 당연히 중앙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의원은 “총선을 의식한 이슈화에 물러서거나 양보할 수 없다”며 “우리 당이 물러서지 말고 강하게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대세를 따르겠다’는 중립적 의견이 많아진 점이다. B 의원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C 의원은 “현재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라며 신중하게 말했다.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응답을 거부한 의원도 7명이었다. 나머지 8명은 해외 출장 등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더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산 편성을 계속 거부할 경우 파행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서울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지방의회가 속속 예산을 편성한 데 따른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더민주당 대표의원은 “의회가 노력해 다음 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의총을 열어 예산 편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서울시의원#누리예산#보육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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