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달리 경제 심각성부터 언급… 기업인 사면 힘실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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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광복절 사면 검토”]

“지금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회복세 지연과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기치 못한 메르스 충격과 그리스 사태에 이어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무수석과 비서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로 임명된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새 정무수석과 비서관회의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로 임명된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8·15 광복절 특사’를 언급하기 전에 이처럼 우려스러운 경제 상황부터 먼저 거론했다. 광복절 특사가 최근의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9일 박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 회복을 이뤄내지 못하면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유일한 출구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뿐이다. 결국 임기 반환점을 맞는 다음 달 ‘기업인 사면’을 통해 분위기의 반전을 시도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셈이다.

박 대통령은 현 정부 첫 사면을 단행하기에 앞서 2013년 12월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 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면 이번에는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기준으로 내세워 범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만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원칙’보다는 ‘화합’에 방점을 두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집권 후반기 국정 기조가 좀더 유연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날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이 포함될지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라는 원칙을 제시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면 대상자를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특사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 의견을 밝혀온 점과 무관하지 않다. 갑작스러운 ‘항로 변경’에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4월 노무현 정부 당시 두 차례 이뤄진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와 관련해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해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혔다. 결국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면권 제도 개선을 정치 개혁의 첫 과제로 제시하며 법무부에 실무작업반을 설치했다.

지난해 하반기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잇달아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도 청와대의 기류는 달랐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역대 대통령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별점이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성 회장 특사 문제를 지적하며 사면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예외적이고 △국가가 구제해야 할 필요가 있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사 자체가 예외적인 만큼 구제 필요성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얘기다. 기업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비판한 ‘사면권 남용’과 앞으로 있을 ‘광복절 특사’가 어떻게 다른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기업인#사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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