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공포통치]삭제안된 현영철 흔적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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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사라진 이영호-장성택과 달리 14일 방영한 기록영화에도 등장
일각 “국정원이 충분히 검증않고 여론 관심 北에 돌리려 첩보공개”

北, 현영철 되레 부각시켜 방송 북한 조선중앙TV가 14일 재방송한 북한 기록영화에 비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점선 안)의 모습. 북한은 현영철의 처형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이날 방송분에서 2013년 10월 첫 전파를 탄 이 기록영화의 원본보다 현영철의 모습이 부각된 편집본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채널A 캡처
北, 현영철 되레 부각시켜 방송 북한 조선중앙TV가 14일 재방송한 북한 기록영화에 비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점선 안)의 모습. 북한은 현영철의 처형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이날 방송분에서 2013년 10월 첫 전파를 탄 이 기록영화의 원본보다 현영철의 모습이 부각된 편집본을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채널A 캡처
지난달 말 고사총으로 참혹하게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14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에도 등장했다. 숙청된 것으로 전해진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의 모습도 함께 나왔다. 이들의 숙청 소식이 전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직후인데도 북한은 이들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기록 영화를 버젓이 방영한 것이다. 처형됐는데도 ‘기록 삭제’가 없었다면 북한 체제의 속성을 고려해 볼 때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공개 비공개를 떠나 숙청된 이들에 대한 기록은 물론이고 그 기억까지 없애 버리는 것이 북한 체제”라며 “과거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이영호 총참모장의 모든 이름과 사진이 숙청 전후 일주일 안에 북한 매체와 출판물에서 사라진 것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현영철 처형 사실 발표에 앞서 검증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이 전날 국회 정보위를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현영철을 무참하게 총살했다는 첩보를 공개한 시점을 두고 성과주의와 ‘정보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성공 주장과 함께 실전 배치가 수년 안에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식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었다”며 “국정원의 이번 정보 공개도 여론의 관심을 북한으로 돌리려는 포석이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북한 고위급 처형 수치와 방식 등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한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와 같은 정보가 사실일 경우 자칫 해당 ‘휴민트(인적정보망)’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거에도 숙청된 인사들이 북한 기록물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변인선(전 총참모부 작전국장)도 2013년 11월에 숙청된 것으로 추정했는데 올해 4월 30일 방영된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3’에서 변인선이 나오는 장면을 삭제하지 않고 재방영했다”며 “과거에도 숙청 후 기록물에 나온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해당 인물의 숙청 공개 여부에 따라 ‘흔적 지우기’ 속도가 조정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정보 소식통은 “장성택의 경우 북한 매체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그의 숙청 소식이 직접 공개된 만큼 흔적 지우기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지만 현영철 총살은 비공개로 이뤄져 다소 늦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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